쿠팡 등 물동량 큰 기업은 14일도 배달
[앵커] 오는 14일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지난 2020년 지정된 ‘택배 없는 날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업계 대표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택배 주문을 자제하는 식으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에만 택배노동자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원인은 과로사.
택배노동자들은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온전히 누리지 못합니다.
이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했습니다.
올해에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주요 택배사들이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택배 물동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아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입니다.
<한선범 / 민주노총 택배노조 정책국장>
“택배 없는 날에, 일부가 이렇게 하게 되면 그쪽으로 아무래도 물량이 몰리지 않겠습니까? 물량 그러면 이것은 택배 없는 날이 아니라 노동자한테, 택배기사한테 택배 없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과로의 날이 되는, 취지에 정면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
‘택배 없는 날’이 지속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선범 / 민주노총 택배노조 정책국장>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한 업체만 손해를 보는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죠.”
반면 쿠팡은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쉴 수 있기 때문에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대리점에 국한된 상황입니다.
또 설문지표도 달랐습니다.
전국 택배노조가 지난 달 퀵플렉스 노동자 1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40 가까이는 올여름 휴가를 계획하지 못했습니다.
자녀가 있는 노동자 중에서도 40는 여름휴가 계획이 없었습니다.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60는 지난해 여름휴가를 2박 3일 이상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응답자 60 가까이는 최소 3일 정도의 휴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한선범 / 민주노총 택배노조 정책국장>
“(저희가 파악한 쿠팡 택배기사들은) 주 6일 일을, 실제 주 7일 일을 해야 하는 이런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휴가는 정말 꿈도 못꾸는 상황이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시민들이 자발적인 주문 자제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시몬 신부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 위원장>
“분명한 것은 내가 편하기 위해서 누군가 나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생각하고. 개개인, 시민들이 조금 더 우리 의식을 높여서 택배 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물건을 구매 안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