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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원자폭탄 표적 선정위원회(Target Committee)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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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표적 선정위원회’(Target Committee)는 히틀러가 죽음을 맞이하기 며칠 전인 1945년 4월 27일에 만들어졌다. 미 육군참모총장 조지 마셜이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슬리 그로브스에게 원자폭탄을 어디에 투하할 것인지 선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파괴’를 위한 연구가 시작됐는데, 이 위원회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폰 노이만 등의 과학자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나치가 항복하고 며칠 후인 1945년 5월 10일, 11일 회의록을 보면, 한 연구자가 원자폭탄을 투하할 표적 선정을 위해서 자신이 수행한 작업을 설명한다. 그는 첫째, 직경 3마일 이상의 대도시 지역에 있는 중요한 표적일 것, 둘째, 폭발로 효과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 셋째, 파괴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 당분간 폭격하지 않을 것 등을 표적 선정을 위한 조건들로 제시했다. 교토, 히로시마, 요코하마, 고쿠라 무기창, 니가타 등이 이러한 조건에 충족하면서 공군이 원폭 투하를 위해 ‘예약’해 놓을 수 있는 목표 지점으로 뽑혔다.

특히 교토와 히로시마가 최우선적(AA급) 표적으로 분류됐는데, 우선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는 인구 100만 명의 도시로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일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히로시마는 도시가 광범위하게 파괴될 수 있는 크기이며, 인접한 언덕이 있어서 집중 효과로 폭발 피해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천황궁에 대한 폭격 가능성도 논의했지만, 그 효과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교토, 히로시마, 요코하마, 고쿠라 무기창 등 네 군데가 처음으로 추천된 원폭 투하 타겟이 됐다.

원자폭탄 사용을 두고 일제가 잘못했기 때문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분명 전쟁 범죄와는 관련 없는 수없이 많은 민간인이 살고 있었다. ‘원폭이 오히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가정도 죄 없는 어린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살상 무기를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하느님 나라는 ‘아흔아홉 마리 양떼’를 위해 ‘한 마리의 양’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를 찾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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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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