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 OSV】 일본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 78주년을 맞아 미국과 일본 주교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 주교단은 8월 9일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핵무기 보유 자체가 비도덕적이라고 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미국 시애틀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와 산타페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전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쓰아키 대주교가 서명했다. 다카미 대주교를 제외한 4명의 주교들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G7회의 참가 정상들에게 핵무기 철폐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일 주교단은 “핵무기로 피해를 입은 우리 다섯 명의 주교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 80주년을 맞는 2025년 8월까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교단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핵무기 폐지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면서 “평화를 위한 길은 어렵고, 혼자서 갈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교구 및 타종교와 함께 범종교 단체를 세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티엔 대주교와 웨스터 대주교는 8월 1~9일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평화의 순례’를 했다. 두 대주교는 일본 순례 동안 핵무기 폐지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전쟁 중 핵폭탄을 이용한 유일한 사례였다. 핵폭탄으로 수만 명이 죽었고, 이후 피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에티엔 대주교와 웨스터 대주교는 자신들의 교구가 핵무기와 관련돼 있음을 종종 지적해 왔다. 에티엔 대주교가 있는 워싱턴 주 서부 시애틀에는 미국의 주요 핵미사일 기지가 있다. 웨스터 대주교가 있는 산타페에서는 미국 최초의 핵무기가 개발됐다. 웨스터 대주교는 순례 중 “자신의 교구 안에서 개발되고 만들어진 핵무기가 일본에 투하됐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일 주교단은 공동성명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피폭 생존자들의 고통을 인정할 것 ▲우라늄 채굴과 핵무기 개발과 생산, 시험이 환경에 미치는 엄청난 악영향을 인정할 것 ▲핵전쟁으로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것 ▲군비경쟁을 지양하고 핵무기 철폐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