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인한 불볕더위와 산불, 홍수 등을 온몸으로 겪으며 지구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국제기구와 정부 등의 몫으로 돌리고,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솔직한 우리네 모습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 많은 힘을 쏟다 보면 그러한 구속력에 의지하는 게 더 수월하고 또 효과적이기도 하다.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따라가는 데 급급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제청소년지원단이 몽골로 12일간 떠난 대장정의 첫날 이호열(살레시오회) 신부는 학생들에게 “이곳에 온 여러분의 목적은 태초에 주신 하느님의 복을 받으러 온 것이다. 꼭 그렇게 이끌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신부는 약속대로 여행객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현지의 광활한 대지로 이끌었고, 12시간을 버스로 달려 몽골의 가장 큰 호수인 홉스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일상은 온종일 자연 안에서 뛰노는 몽골 학생들과 함께했다.
잠시만 데이터가 안 터져도 불안해하던 한국 학생들은 어느새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두고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눈을 맞춘 채 노래하고, 운동장을 뛰놀고 광활한 풍광을 만끽했다.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보곤 “이런 게 감성이죠”라며 가볍게 이야기하다가도 제법 진지한 말도 꺼낸다. “끝이 가늠이 안 되네요. 저 뒤엔 뭐가 있을까요.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 같아요.”
인간의 가장 큰 스승은 자연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심에 젖어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기대된다. 현실에 파묻혀 지구가 공동의 집이라는 사실을 그저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담론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별을 찾아가는 모습을 말이다. 때론 이러한 감수성과 이상이 현실을 더 정확하게 보기도 하고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