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공동성명 발표,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 촉구
강주석 신부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23 한일 종교시민 사회 8.15 공동성명 발표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일 종교·시민단체가 8ㆍ15 광복절을 맞아 양국이 다시금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한일 종교·시민단체 연대체인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이하 한일플랫폼)은 1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8ㆍ15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일플랫폼은 공동성명을 통해 “현 세계는 평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상실한 채, 핵전쟁의 불안조차 떨치기 어려운 인류사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특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핵 군비확대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군사적 대결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현실에 다시금 우려를 전하며 “70년간 이어져 온 전쟁 상태를 끝내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비(非)핵무기 지대화 실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발언을 통해 한·일 정부의 군비확장 정책을 비판하고 양국 시민사회가 평화를 위한 연대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타카다 켄 전쟁반대·9조수호 총동원행동 공동대표는 “기시다 정권이 일본 헌법과 그에 기초한 평화 정책을 파괴하고 전쟁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준비의 길로 폭주하고 있다”면서 “일본 시민들은 평화헌법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평화공존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남북은 평화로 함께 나아가기보다 적대와 대결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종교인, 시민사회는 평화의 길에 함께 나서 동아시아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화해’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간토대지진 학살 사건을 대표 사례로 언급하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정의와 진실, 역사 안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신부는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 가능하고, 정의와 진실은 화해에 필요한 실질적 조건”이라며 “참회와 속죄를 통해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일플랫폼은 2020년 7월 만들어진 한·일 종교·시민사회 연대체다. 한국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계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일본 천주교 정의와평화협의회 등 종교·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일플랫폼은 동아시아 평화와 비핵화, 역사정의 실현을 위해 설립 이후 매년 ‘8ㆍ15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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