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기후플레이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는데요.
밥상 물가는 물론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고착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동의 집, 지구촌엔 올해도 극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가 4년 만에 전 세계 곳곳을 덮쳤기 때문입니다.
엘니뇨는 바다 표면의 온도가 6개월 이상 평균 수온보다 0.5℃ 이상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문제는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
WMO 유엔 세계기상기구 등은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는 내년에 이상기후 현상이 더 심해질 거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엘니뇨는 이상기후 뿐아니라 '기후플레이션'까지 몰고 왔습니다.
기상이변으로 농작물의 작황이 부진해짐에 따라 채소류 등 식품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데, 기후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가뜩이나 오르는 물가 상승률에 이상기후가 상승 폭을 더 키우고, 이런 현상이 매년 누적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중앙은행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 위기가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을 0.67p 더 끌어 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2035년에는 기후 위기로 세계 식품 물가 상승률이 3p 더 높아진다는 예측치도 내놨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맞물려 식량 위기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거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식량 수출의 빗장을 걸어 잠근 국가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를 비롯해 27개 나라에 이릅니다.
<하승수 / 농본 대표·변호사>
"식량 위기에 대해서 식량 수출국가들이 자국민들이 먹을 게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종의 식량의 자국 우선주의,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되고,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바닥 수준입니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평균 곡물자급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입니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과 식량보호주의 움직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간 수요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인 탓입니다.
그럼에도 농경지 규모는 2013년부터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산업단지나 각종 개발사업 명목 등으로 해마다 사라지는 농지는 여의도 면적의 80배를 넘습니다.
<하승수 / 농본 대표·변호사>
"지금 농지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농민들은 계속 고령화되고 또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농지도 줄고 농민도 줄어드는 데 식량자급률을 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농지 확보 대책이나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고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만 식량자급률을 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이 경제적 고통과 국가간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CPBC 뉴스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