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만큼이나 충무로 극장가도 뜨겁습니다. 극장가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뜨거운 열기를 피해 사람들은 극장을 찾았습니다. 극장에는 외화를 비롯하여 많은 한국 영화가 개봉했지만, 아직까지 범죄도시 3편의 흥행을 넘는 영화는 없습니다. 전편처럼 범죄도시 3편은 천만 관객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범죄도시의 재미는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마석도 형사의 호쾌한 액션입니다.
영화에서 마석도 형사는 최악의 악당을 마주합니다. 악당의 거대한 힘에도 불구하고 마석도 형사는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호쾌한 주먹으로 악당을 체포합니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주인공의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현실에 없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런데 영화 범죄와 전쟁을 벌이는 마석도 형사가 현실에 등장하면 어떨까요.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세력은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여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했습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세력에 맹종 또는 추종하는 세력에게 굴복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은 카르텔과의 싸움도 벌이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대통령은 악당을 지목합니다. 악당은 보통 카르텔로 불립니다. 태양광 카르텔, 건설 카르텔, 교육 카르텔 등 이권을 나누어 먹는 많은 카르텔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르텔을 조사하거나 감사하거나 수사해 범죄혐의를 발견하고, 구속하여 재판에 넘깁니다. 원래 ‘담합’이라는 뜻의 경제학 용어인 카르텔은 지금 대통령 앞에서는 범죄 집단을 말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카르텔이나 반국가 세력과 싸움만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한없는 관대함으로악당의 죄를 용서하기도 합니다. 올해에도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했습니다. 특별사면에는 업체 선정 외압으로 징역형을 받은 전 장관,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으로 복역하던 그룹 창업자,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기무사 참모장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경우에는 유죄확정 3개월 만에 특별사면 되었습니다. 아무리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이번 특별사면은 3권 분리의 한 축인 사법부에 대한 조롱입니다.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 때 매었던 넥타이를 매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겠지요. 대통령의 초심은 공정과 상식입니다. 대통령을 당선 시킨 국민들도 공정과 상식이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원했습니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을 “우리가 알던 공정이 돌아오고, 우리가 알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시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을 세우는 국정운영 방식이 영화 범죄도시의 마석도 형사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악당을 찾아내고 수사하고 체포합니다. 근본 원인을 살피고 대책을 세워서 고치려는 방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살피지 않고 범죄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국정운영은 선과 악의 세계만 있는 영화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실에서는 가능한 정치가 아닙니다. 국정 최고책임자는 비판에 겸허히 귀 기울여 성찰해야 합니다. 반영할 것이 있는지 살펴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바른 모습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대통령의 범죄도시>입니다. 대통령이 앞으로 악당소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나와 다른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까지 품어 안으려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