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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며 /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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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에는 유럽 서쪽 국경에서 극동으로 무대를 옮길 것입니다. 다음 대회는 ‘한국, 서울’입니다. 이는 교회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징표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열려 성황을 이룬 제37차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지난 8월 6일 폐막미사 말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표에 한국의 젊은 순례자들 사이에 환호성이 터졌다. “쎄울 코리아!” 지난 1981년 9월 30일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1988년 제24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됐다는 낭보였다. 당시 일본 나고야와 접전 끝에 88 서울올림픽을 알리는 독일 ‘바덴바덴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세계청년대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5년 로마로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을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로마에서 제1차 대회가 열린 뒤 2~3년마다 젊은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양한 문화와 삶을 나누고 일치를 이룬다. 참가 인원과 규모 면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버금가는 신앙 축제다. 무엇보다 교황께서 직접 참석해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을 격려하는 의미가 크다.

“빛을 내라, 경청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교황은 폐막미사에서 리스본에 모인 150만여 명의 젊은이에게 호소했다. “평화의 꿈, 모든 젊은이가 평화를 기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며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꿈을 꿉니다. 여러분은 서로 다른 국적, 언어, 역사가 어떻게 분열 대신 일치를 이뤄내는지를 보여주는 희망”이라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세계청년대회 규모 최대 100만 명…잼버리의 20배’, 차기 개최지로 서울이 확정되자 어느 뉴스의 헤드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폐막미사 때 서울에 한꺼번에 100만 명이 모일 곳이 있을까?’ 사실 필자도 뉴스를 접하고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폭염과 위생 등 엉성한 준비로 구설수에 오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와도 겹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운영 주체 등 대회의 성격이 다르기에 단순 비교는 무리다. 그런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왜 떠올랐을까. “청소년 대회라서 여름방학 때 해야 할 텐데…7월 말 8월 초는 피해라. 8월 15일만 넘겨도 무더위를 견딜 만하다…대중교통과 안전대책은 어쩌나….” 독자들의 댓글에는 관심과 우려가 함께 묻어났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제대로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참가자가 분산되는 교구대회 후에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에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만한 장소가 있을까. 폐막미사 때 최소 수십만 명, 최대 100만 명이 모일 수도 있다. 서울대교구 관할지역에선 그나마 한강시민공원이 1순위 후보지라고 한다. 개최 시기도 7~8월이 유력한데 이동이나 순례 등 야외 활동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가 중요하다. 교구대회 홈스테이 등 전국 각 교구와 본당, 신자들의 지원은 당연한 몫이다.

4년 뒤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며 거는 기대는 크다. 개인적으로는 홈스테이 제공과 자원 봉사로 일조하고 싶다. 국가적으로는 K-컬처 등 한국을 알리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교회는 젊음의 생기가 넘쳐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기에 청년 사목에 더욱 힘쓸 이유가 생겼다. 이제 청년들을 돌보는 대상이라기보다 교회의 주역으로 여기고, 그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청년대회는 교회를 통해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날, 젊은이들이 그리스도를 만나러 오는 날입니다. 대지가 비를 필요로 하듯 교회와 세상도 젊은이를 필요로 합니다.” 교황의 충심 어린 당부가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듯하다.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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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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