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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 보호, ‘선택’ 아닌 그리스도인 ‘소명’

교회,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지내생태적 회개 촉구, 피조물 보호 위한 돌봄 문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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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들의 안락함을 위해 피조물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착취를 이어왔고, 그 결과 기후위기라는 재앙을 초래했다. 기후위기는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은 물론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영화 ‘북극곰 이야기’ 한 장면. 


9월 1일은 가톨릭교회가 정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생태 위기 극복과 더불어 교회 일치와 연대를 위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정교회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개인과 공동체에 피조물을 보호할 소명을 일깨우고, 이에 동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교황은 매년 이날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생태 문제를 성찰하고 기도·회개·행동하며 생태 중심의 삶을 살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왜 피조물과 공동의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는 그리스도교가 ‘창조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명기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1,26; 2,15)

이처럼 인간은 세상을 ‘다스리고’, ‘돌보기’ 위해 창조됐다. 세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하느님 나라가 현존하도록 일하는 게 소명이다. 인간은 이 일을 통해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 자격을 얻는다. 따라서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남용하는 것은 “그곳을 일구고 돌보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셈이다. 즉 창조 질서를 깨뜨리는 ‘죄’를 짓는 것이다. 인간이 하느님을 거슬러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그분의 땅은 고통을 받아 메말라 불모지가 되고, 적으로부터 파괴된다.(레위 18,25.28; 이사 24,4-6; 호세 4,1-4 참조)

성경은 ‘노아의 방주’(창세 6ㅡ9장) 사건을 통해서도 피조물을 보호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땅’을 상징하는 방주에 올라탄 모든 생명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 말씀대로 모든 생명을 돌보지 않으면, 세상을 보호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또 성경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피조물의 맏이’라고 밝힌다. 만물이 성자 안에서 창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희생으로 만물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고 고백한다.(콜로 1,15-20)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좋았다”고 하셨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모든 피조물이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닌다고 가르친다. 인간은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해야 하며, 무질서하게 이용하거나 창조주를 무시해선 안 된다.

교회는 또 모든 피조물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연대하고 상호 보완해야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해 ‘돌봄의 문화’가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연대와 보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교리의 원리’를 나침반 삼아 ‘형제애’를 실천하는 것이 돌봄의 문화다.

교회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회심도 촉구한다. 이른바 ‘생태적 회개’다. 그 출발은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과 영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연대와 책임, 배려는 생태적 회개로 나아가는 길잡이다. 그리고 생태적 삶과 회개를 실현해 나가는 첫 단계는 바로 가정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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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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