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을 사랑으로 돌보시고 저희 모두에게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수험생 자녀를 위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입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간절함은 더해 간다. 안수 기도를 통해 시험 준비로 불안한 수험생들과 뒷바라지로 지친 부모들을 격려하는 본당들도 많다. 힘들게 공부하는 수험생 자녀를 위해 부모들과 함께 기도로 동반하는 교우들도 있다. 2년 전에 이어 올해 다시 고3 수험생을 둔 부모로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십사 청하는 그 기도의 순간에 인간적인 욕심이 시나브로 올라옴을 감출 수 없다. 스스로 경계한다지만 이기적인 기복신앙에 자칫 빠져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내 아이만은 어떻게든 합격하게 해달라고, 노력한 대가를 꼭 보상받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내심 꺼림칙해서다. 본당마다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이유는 영육간 건강과 함께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의 마음을 청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봉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각 본당에서 수능 이후 9일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문득 예수님이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 주신 루카 복음 17장 말씀이 떠오른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루카 17,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