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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구 - 나 좀 살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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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내버려둬다오
창조주 그분께서
나를 만드시어
인간 모두에게 내어주라
소명받아 내어주고 또 내어주어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온갖 아름다움 다 주고 쉼터 주고
아니준 것 없었고 없건만

어쩌자고 나를 이리도
살 수 없게 만드는가!
내 심장을 무서운 쇠 포크레인으로 파 긁어제끼고 부수고
논밭 없애고
있는 논밭엔 독약같은 물 먹이고
생산 높여 돈 벌어 쌓아도
돈은 먹을 수 없다오!

내 손발 잘라내고
생명의 뿌리까지 뽑아내어
공장 짓고, 편리 위한 길 만들려
온 대지에 팔방으로 팔방으로
시멘트 발라 숨통 조이고 질식시킨단 말인가!
댐 만들어 생명의 젖줄 물길 막고
항만 공항 건설하려 조상 묘지까지 파 없애고
골프장에, 케이블카 설치에…

나무, 숲, 바다 주었는데 더위 피함 모자란다고
인공기술 개발해 온갖 열기 만들고
대기 온도 높혀서
그린란드 천년의 얼음도 녹고
견딜 수 없는 더위에 나도 목말라 죽고
너희도 죽어가지 않는가!

너희들의 어머니라 집이라 부르는
지구 땅을 좀 살려다오
신음하는 내 울부짖음 귀기울여 들어다오
보아다오
나를 좀 내버려둬다오
내게도 너희 쉼하듯 쉼을 다오
내가 살고 있어야 너희도 산다
푸르고 푸른 지구 대지 내 품에서
제대로 살 길 지혜롭게 찾아
대대손손 천만년 억만년
길이길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숨 쉬자 살자
생명 삶터 치유해다오
서로 사랑하고 살자
김금재(아나스타시아·전주 호성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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