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회 정평협 방류 규탄 "방출 기간과 방사성 총량 없어" 한국·필리핀 교회, 대안 촉구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들. 8월 24일부터 오염수가 해양 방류되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전력 제공
일본이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자, 일본 교회를 포함한 아시아 가톨릭교회가 일제히 이를 규탄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일본 가톨릭 정의와평화협의회(회장 웨인 프란시스 번트 주교, 이하 정평협)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해양 방출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ALPS’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여과하는 다핵종 제거 설비를 지칭한다. 문제는 오염수 내에 삼중수소나 세슘처럼 ALPS로도 거를 수 없는 인체에 해로운 핵종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충분히 희석돼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평협은 “중요한 것은 농도가 아니다. 해양 방출이 언제까지 계속되고, 최종적으로 얼마만큼 방사성 물질이 방류되며 얼마나 바다를 오염시키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염수의 최대 원인이 되는 지하수와 빗물의 유입을 막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인 데다, 바다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도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울러 “살아있는 유기체의 몸에 들어간 삼중수소는 수소와 같은 화학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세포에 흡수돼 장시간 머무르며 내부 피폭을 일으키고 DNA를 파괴한다”며 “바다로 흘러들어 간 삼중수소는 이렇게 지속해서 생태 환경에 들어가 먹이 사슬에 따라 축적되고, 농축돼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든 삼중수소는 더는 바다로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평협은 또 “방사성 물질은 조금씩 우리 삶을 침식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환경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처리수 해양 방출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와 푸른 바다, 풍요로운 산에 대한 폭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런 폭거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의 결의는 미래의 지구와 어린이에 대한 책임이며 윤리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지역 주민과 어업 관계자·동아시아·태평양 도서 등 국내외 사람들의 항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인접국인 한국 교회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상임대표 안영배 신부)와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는 성명을 내고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와 이를 용인하고 비호하는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가 하루에 약 300톤씩 바다로 유입, 수차례 방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삼중수소에 피폭되면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되며 종 유전자가 변형되는 등 인간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를 향해 “생명이 우선이다. 돈보다 더 무겁고 값지다”며 “해양 투기라는 값싼 방법이 아닌,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육상 저장과 고체화 방안 등으로 생명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누구를 위한 정부냐”며 “후쿠시마 해양 방류를 우려하는 국민 10명 중 8명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앞서 한국 주교회의도 일본 정부에 오염수 투기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6월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오염수를 공해 상으로 투기하는 일은 인류 공동의 집 지구 환경을 장기적으로 해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필리핀 교회도 나섰다. 필리핀 카리타스 회장 호세 폴린 바가포로 주교는 8월 24일 성명을 통해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환경을 건 무모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34만 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려는 일본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한국과 일본 주교들을 지지한다”며 “우리 역시 일본 정부가 결정을 재고하고, 오염수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처리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원자력규제위원회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을 대상으로 오염수 방류 계획 인가 취소와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일본방사성 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환경단체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 16명이 연행돼 이틀 뒤 석방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