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0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독자마당] "제가 죽어 묻힐 곳은 한국입니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올해 여름, 본당 안나회 어르신들의 성지순례에 차량 봉사자로 함께했다. 대전교구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순례였다. 그늘을 찾아다녀야 할 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종종 구름 기둥이 우리를 도와주었다. 솔뫼성지는 평일이라 조용했다. 미사를 마치고 성지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할머니들이랑 느긋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기도하고 근처에 있는 신리성지로 향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에 ‘이 경당은 기도하는 장소입니다’라고 적힌 한 경당에서 성 위앵 루카 신부의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거룩한 복음의 증인이 되어 제 피를 쏟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조선입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안동교구에서 은퇴하시고 지난 6월 1일 선종하신 한상덕 안토니오 신부님이 계셨다. 한 신부님과의 인연은 1972년 한 신부님이 서문동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오시면서 시작됐다. 신부님께서는 중고등부 복사단과 방학 때마다 열리는 산간학교, 주일학교 교리를 마친 후에는 학생들과 배구 시합도 함께하며 청소년들과의 친교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하셨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 시절 한 신부님과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한서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 신부님의 ‘한’과 서문동본당의 ‘서’를 따서 이름을 짓고, 신부님 축일 때마다 신부님을 찾아뵈었다. 그러나 올해는 6월 13일 안토니오 축일을 열흘 앞두고 6월 3일 신부님의 장례미사가 거행됐다. 신리성지 성 위앵 루카 신부의 글귀를 보니 한상덕 신부님의 선교 사명 정신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상덕 신부님은 1932년 첫 번째 고향인 프랑스에서 태어나 두 번째 고향인 미얀마에서 8년 선교활동을 펼치다 정치적인 혼란으로 추방되고, 1967년 세 번째 고향인 한국에서 세 분의 동료와 함께 안동교구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하셨다. 세 분의 동료 신부는 본국으로 돌아가시고 외로이 남아서 사목하시면서 힘들고 외롭고 고향의 부모님이 그리울 때마다 선교사의 직분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져먹고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 이러한 기도를 수도 없이 바쳤을 것 같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거룩한 복음의 증인이 되어 제 인생을 바쳐 죽어 묻힐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1998년 봉화 우곡성지 담당사제로 사목하시면서 많은 애착을 갖고 계셨는데, 한서회에서 인사를 드리러 갈 때마다 많은 수고를 하신 흔적을 볼 수가 있었다. 또 2010년 원로사목자로 계시면서도 봉화본당 재산공소에서 주일미사 집전을 하시고 공소 신자들과 점심도 나누어 드셨다. 연세가 많으셔도 다양한 활동을 멈추지 않으셨다. 5월 3일 공소 신자 몇 분과 같이 코로나19 증상이 있어서 입원하시고 6월 1일 하느님 곁으로 가셨다. 마지막까지 신자들과 함께하신, 선교사의 사명과 정신을 보여주신 대단한 신부님이셨다.

같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이신 두봉 주교님께서 장례미사 강론 때 말씀하셨다. 임종 후 병원에 도착하여 한 신부님 이마에 손을 대시며 “잘 가, 잘했다. 고맙다”라고 하시고, 입관 때 또다시 이마에 손을 대시면서 “고맙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지만 ‘착한 종아, 성실한 종아,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강론 마지막 말씀에 모든 신자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한상덕 안토니오 신부님은 선교 사명을 마치고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제3의 고향인 한국 땅 안동교구 성직자 묘지에 묻히셨다.
김태영(베네딕토·안동교구 서문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9-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9. 30

에페 5장 21절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