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 일 성명에 환영
국가적 양심, 인간 존엄 일깨워
한일 교회 주님 사업 동참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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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교단은 신자와 국민들을 향해 “관동 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라며 관심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일본 주교단은 왜 그러한 학살이 일어났는지, 외국인 차별은 왜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일본에 있는 외국 국적의 사람들에게 언제나 ‘좋은 이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성할해 볼 것을 제안하며 “잘못한 게 있다면, 그 깨달음과 회심의 은총, 그리고 인도하심을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성명은 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가쓰야 다이지(삿포로교구장) 주교와 부위원장 나루이 다이스케(니가타교구장) 주교, 나고야교구장 마쓰우라 고로 주교 등 일본 주교단 8명의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일본 교회는 1996년 시작된 한일주교교류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한일 양국 간 역사 문제 해결과 진정한 화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3년 열린 제9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는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교훈’ 주제 강의를 열고, 한일 주교단이 함께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진 바 있다. 2010년에는 일본 주교회의 의장 명의로 과거 식민지 지배와 무력 침략을 반성하는 담화도 발표했다.
한편, 한국 주교단은 1일 일본 교회 주교단이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주교단 공동으로 4일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일본가톨릭주교협의회 사회주교위원회의 성명을 환영하며’란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참된 평화로 가는 길임을 용감히 보여준 일본 가톨릭 교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한국 교회 역시 일본 교회와 함께 인류를 ‘모든 형제’로 초대하신 하느님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주교단은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일본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에서 “기억이 더욱 공정하고 형제애 넘치는 미래를 보장하고 증진한다”고 연설한 것을 언급하며 “진정으로 용서하고 화해하려면 먼저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고 그 참상을 직시하려는 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의 성명은 참으로 뜻깊은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성명은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려는 유혹에 경종을 울리고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국가적 양심과 인간 존엄의 중요성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장 정신철(인천교구장) 주교를 비롯해 사회주교위원 옥현진(광주대교구장)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주교단 7명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