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신부)는 순교자 성월 첫 주일인 3일 김대건 광장에서 현양 행사를 거행했다. 성지는 이날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앵베르 주교·볼리외 신부·남종삼(요한 세례자)·허계임(막달레나) 등 성인 유해를 현시한 채 장엄미사를 봉헌했다. 이어 광장에서 병인 순교 100주년 기념성당까지 성인 유해와 함께 성체 거동을 했다.
미사를 주례한 원종현 주임 신부는 “우리 신앙에도 역사가 있고, 우리 믿음에도 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 신부는 “조선 왕조 519년 가운데 천주교 박해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는다”며 박해와 순교로 점철된 한국 교회사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조선 후기 한성부 인구가 20만 명이 채 안 됐는데, 전국에서 3만 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정학(유교)이 아닌 사학(천주교)을 믿는다는 죄목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이곳 절두산에서만 8000명이 목이 잘리거나 포승줄에 묶여 강물에 던져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순교자 성월 첫 미사를 통해 피 흘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신앙을 기억하고 기념하자”고 당부했다.
원 신부는 “조선의 박해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어진 인간은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교리가 신분제 사회 기득권들에 위기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라며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일은 그 어떤 시기에도 있어선 안 된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걷는 우리는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25일 순교자현양대회 이후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7년 만에 열린 첫 대규모 야외행사인 이 자리에는 새 영세자를 포함해 순례객 700여 명이 참여했다. 문현표(펠릭스, 수원교구 송산새솔동본당)씨는 “올해 5월 세례받았는데, 오늘 경험이 신앙심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성지에서 순교 역사 이야기를 생생히 들으니 무척 뜻깊다”고 말했다.
김영희(베로니카, 서울대교구 화곡2동본당)씨는 “하느님께서는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길을 열어주신다는 걸 느꼈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성지에서 순교자들을 기릴 수 있어 가슴이 벅찼고, 주님께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