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몽골 사목 방문러시아·중국 국경 맞댄 교회에서전 세계 평화와 분쟁 종식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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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31일~9월 4일 지구촌 가장 작은 교회인 몽골을 사목 방문하고, 몽골 교회의 성장과 전 세계 평화를 다시금 천명했다.
교황은 몽골 정부가 마련한 공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몽골 정부 대표단과의 만남, 몽골 교회 공동체 격려, 종교 간 대화, 스텝 아레나에서의 공동체 미사, 자비의 집 축복식 등 닷새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은 몽골로 향하는 기내에서 언급했듯이 몽골을 감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이번 방문 주제인 ‘함께 희망하기(Hoping Together)’를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교황은 자신을 ‘우정의 순례자’라고 자칭했고, 방문 내내 몽골 전통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교황이 전통 가옥 ‘게르’에 입장한 모습과, 이웃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 종교 간 대화의 모습은 이번 순방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교황은 연설할 때에도 몽골의 역사와 문화에 빗대어 설명했다. 교황은 몽골 정부 및 시민사회 대표단을 만나 ‘게르’를 언급하면서 생태 문제를 설명했다. 교황은 “게르는 생태학적으로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라며 “불교 가르침에서 물려받은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몽골 토착 문화의 비전이 결합돼 지구를 보호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 세계의 평화를 전하면서 “수많은 분쟁으로부터 황폐해진 세상이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청한다”고 했다.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몽골에서 교황의 이 같은 발언들은 사실상 전쟁 중인 러시아를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황이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연설에 활용한 것은 몽골 국민들에게는 어색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비유와 인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교황의 이러한 기조는 종교 간 대화 모임이 열린 훈 극장(HUN Theatre)에서도 이어졌다. 훈 극장은 게르 모양을 본떠 만든 공연장이다. 교황은 이곳에서 몽골 종교계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증진을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했다. 몽골 국민에게 익숙한 불교의 가치가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몽골의 사회 문제를 언급할 때에도 종교의 역할을 부각했다. 몽골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떠오르고 있고, 최근 고위급 횡령 사건 등 부패를 겪기도 했다. 교황은 “종교는 공익을 위한 서비스이며, 인류 공동체의 발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부패에 대한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비신자인 국민도 공감할 수 있도록 종교와 연결지어 설명한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역동적인 가톨릭교회 공동체를 격려하기도 했다. 교황은 “몽골 공동체는 지속해서 사회 안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몽골 국민들에게 매우 유익한 이 길을 계속 따르라”고 격려했다. 다만 단순히 사회에 봉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교회 공동체의 영적 성장력을 강조해 전한 것이다.
교황은 또 “다른 나라에서 오는 수도자 또는 가톨릭 신자들이 어려움 없이 선교 활동을 펼치길 바란다”고 했다. 선교사들이 겪는 비자 문제 해결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이 역시 몽골 교회의 성장 기반을 다지고, 복음화를 확대하려는 교황의 의지다.
교황의 역사상 첫 몽골 사목 방문은 ‘동방’에 대한 교황의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몽골 인구 약 340만 명 중 가톨릭 신자는 1500여 명, 본당은 8개뿐이다. 교황은 지난해 보편 교회 최연소 추기경에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을 임명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아시아 지역 대한민국 서울을 2027년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지목했다. 그리고 이번 몽골 방문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선교 역량에 힘을 보탰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교황님께서 21세기는 아시아 교회의 시대라는 생각을 깊이 지니고 계신 것 같다”며 “아시아 교회가 보편 교회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4박 5일간의 몽골 방문을 마치고 4일 로마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