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아빠스는 이날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강론을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들게 하는 것은 지구 환경을 장기적으로 해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웃 국가와 전 세계인들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라”고 역설했다. 또 한국 정부에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 걱정과 분노를 ‘오염수 괴담’이라고 평가절하하지 말라”며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안전하게 보존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아빠스는 “핵발전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이미 탈핵을 이룬 독일처럼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접근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는 화석 연료에서도 벗어나지 못해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실질적인 전환을 못 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은 화석 에너지 개발과 신규 투자를 계속하고, 개발과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4대강의 재자연화나 국립공원·자연환경 보존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적자 공항이 그대로 있는 와중에도 공항 건설은 계속 진행되고, 생명의 보고인 갯벌은 계속 잠식당한다”며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 후손과 가난한 이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부담과 생태적 빚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아빠스는 “하느님 백성인 우리는 평화와 정의의 거대한 강의 일부로서 모든 피조물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를 언급하면서 “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여름 남반구의 남극은 겨울이었다. 기온이 영하 30~40도가 돼야 정상이지만, 7년 전부터 겨울에도 자주 비가 내려 얼음이 쉽게 깨지고 녹아버리고 있다”며 “지구 얼음의 86를 가진 남극 빙하가 녹으면 바다 농도가 낮아져 해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류 순환이 망가지면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다가온다”며 “우리는 세상과 주위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늘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사 후엔 가톨릭기후행동 사물놀이패를 선두로 생태적 회심을 요청하는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박 아빠스와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를 비롯한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기후행동 동참을 호소하는 팻말을 들고 명동 일대를 돌았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철회도 촉구했다.
가톨릭교회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인 9월 1일부터 생태계 수호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인 10월 4일까지를 ‘창조 시기’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