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신부(CPBC 보도주간)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나라를 구했다. 새만금 잼버리 말이다. 새만금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마무리한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관광 잼버리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잼버리 기간 내내 폭염, 위생, 벌레 등 모든 것들이 엉망이었다. 자녀를 보낸 외국 부모들은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며 SNS를 통해 끊임없이 물었다. 국내외 언론의 취재와 비난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했다.
죽어가던 행사를 극적으로 살려낸 건 K팝 아이돌이었다. 뉴진스, 아이브, 마마무 등 ‘국가의 부름’을 받은 아이돌 그룹은 ‘자발적’으로 콘서트에 참여해 기적적으로 잼버리를 살려냈다. 군에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 출연 ‘명령’을 받은 하이브는 자신의 소속사 걸그룹 뉴진스 출연과 8억 원어치 포토카드를 기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업의 이런 모습이 ‘자발적’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산하 공공기관에서 1000명을 차출해 K팝 콘서트에 오가는 스카우트 대원들 인솔자 역할을 맡겼다. 역시 기재부도 ‘자발성’을 강조했다.
국가를 위한 자발적 헌신의 최고봉은 한덕수 국무총리다. 여러 가지 부실로 잼버리가 국제적 망신이 확실시되어가던 그때, 한 총리는 잼버리 현장으로 갔다. 총리는 잼버리 현장에 머물며 단순히 말로만 지휘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장실 변기 이물질까지 닦았다. 사람들에게 군 시절 화장실 청소를 말하며 책상에만 앉지 말고 직접 행동하라는 주문을 했다. 현장의 모습과 관계자들의 답변이 다를 경우, 조치 후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의 솔선수범으로 실무자들이 움직이면서 현장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한다.
잼버리가 이렇게 되리라는 건 많은 이가 예상하고 있었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우, 소금기 가득해 나무 한 그루 자라기 힘든 새만금 간척지, 참가 인원에 비해 한참 부족했던 화장실, 무료로 해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자 초등학생도 참가시켜야 했던 국내 열기. 모두 충분히 예상했고 지적했다. 하지만 잼버리로 지역에 마련할 고속도로와 국제공항 등 이익만 눈에 아른거렸지 가장 중요한 손님맞이는 부족했다. 대회에 쓰라고 투입된 1000억 원 넘는 예산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본대회는 서울에서 하지만, 다른 교구에서 열릴 사전대회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의 행사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바라는 서울은 전라북도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불과 3~4개월을 앞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천주교 표심을 얻기 위해 화려한 공약을 약속할 것이다. 많은 지원, 협력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027년이 되면 누군가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자발적인 봉사의 힘이 중요하다. 남들이 알아주는 높고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할 누군가 필요하다. 잼버리에 온열질환자가 늘어나자 인근 주민들은 꽃게냉동차량에 얼음물을 실어 보냈다. 누구는 선풍기를 모으자고 했고 누구는 아이스크림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잘못은 다른 곳에서 했는데. 남 일 같지 않은 것이다. 망해가던 잼버리는 사랑 가득한 이들의 이타적 헌신이 살려냈다.
공부 시간 많다고 시험 잘 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준비 기간과 대회 성공이 비례하지 않음을 이번 잼버리에서 확인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 이제 시작이다. 그때엔 뉴진스가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교회를 구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