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일은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발생 100주년이었는데요,

일본 교회 주교단이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일본 정부의 사실인정과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한국 주교단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영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일본가톨릭주교협의회 사회주교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할 것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국가적 책임의 진상 규명, 희생자 유족에 대한 사죄와 보상, 자료 공개와 영구 보존, 그리고 이 사실을 왜곡하지 않은 역사 교육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주교단은 “1923년 9월 관동 대지진으로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 운동가, 그리고 조선인으로 오인된 일본인 등이 일본 군대와 경찰, 민중들에 의해 학살당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조선인과 중국인 희생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름과 인원수 등의 실태를 조사 중이라고 대답만 한 채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주교단은 “조선인 학살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와 이에 대한 조선 민중의 저항, 그리고 ‘불령선인’(不逞鮮人) 탄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부당한 역사적 사실과 그 피해자를 마주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 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역설했습니다.

일본 신자와 국민을 향해서는 “관동 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라고 호소했습니다. 

일본 주교단은 “잘못한 게 있다면, 그 깨달음과 회심의 은총, 그리고 인도하심을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주교단은 “참으로 뜻깊은 목소리”라고 환영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주교단 공동 성명에서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국가적 양심과 인간 존엄의 중요성을 흔들어 깨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이 성명은 인종과 국가, 종교와 신념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는 일에 우리 모두를 ‘형제’로 초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성명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진 불행한 ‘어제’가 이민자와 난민 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언제든 ‘오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주교단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참된 평화로 가는 길임을 용감히 보여준 일본 가톨릭 교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도 일본 교회와 함께 인류를 ‘모든 형제’로 초대하신 하느님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PBC 김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