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에 나가는 건 너무 두려워요.
엄마 뱃속에서처럼 따뜻하고 평화롭게 태어나고 싶어요.
우리 아가.
세상을 만나는 일이 두렵구나.
세상에 나와서 만나게 될 모든 것들이
너에겐 낯설고 놀랍겠지.
한동안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너의 하루를 채울 거야.
본다는 것을 처음 경험하는 건 어떤 느낌이니?
엄마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부신 건 힘들 거 같아.
양수 속에서 놀던 너에겐 공기마저도 새롭고
갑자기 몸이 무겝게 느껴질 수도 있어.
탯줄로 엄마와 함께 호흡하던 숨을
이젠 너 혼자서 쉬어야 하고 배고픔도 느끼게 되겠지.
달그락거리는 작은 소리마저도 너에게는 얼마나 큰 소리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편안하게 잠든 방 안의 조명이 갑자기 켜진다면,
고요한 밤 귓가에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려온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글 _ 김균하 (다미아노, 속초 중앙산부인과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