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시인 릴케(Rilke)는 그 유명한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시를 썼습니다. 그는 이 시에서 ‘넓은 기도보다, 높은 기도보다, 깊은 기도를 하게 하소서’라고 말했습니다.
시인 릴케는 자신의 많은 요구를 들어주는 ‘넓은 기도’가 아니라, 자신이 남들보다 높게 되는 ‘높은 기도’가 아니라, 겸손하면서도 소박하게 그리고 확신을 가지며 포기하지 않는 기도, 즉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올리는 기도, 바로 ‘깊은 기도’를 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나아가 릴케는 하느님께 기도할 때 절대 의심을 가지거나, 불안해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깊은 기도’를 바치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기도할 때 릴케 시인처럼 ‘넓은 기도’ 보다는, ‘높은 기도’ 보다는 ‘깊은 기도’를 하게 해 달라고 청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자, 이제 저만의 ‘기도의 일곱 가지 비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이기적으로 기도하지 마라!
자신이 원하는 것만 기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인도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다운 기도란,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청하는 순간이라기보다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순간이다.”
둘째, 서두르지 마라! 조급해 하지 마라!
기도를 들어주시는 때는 하느님이 정한 때이지 자신이 정한 때가 아닙니다.
셋째, 의심하지 마라! 확신을 가지고 기도하라!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출렁이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주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야고 1,6-7)
넷째, 깊은 기도를 바쳐라!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게, 단순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기도한다고 해서 훌륭한 기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넓고 높은 기도보다는 깊은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즐겨 들어 주십니다.
다섯째, 먼저 자신을 봉헌하라!
공짜로, 날로 먹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달라고만 기도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희생과 봉사, 그리고 분수에 맞는 희사를 해야 합니다.
여섯째, 기도하기 전에 먼저 남을 진정으로 용서하고 청하라!
마르코 복음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마르 11,25)
일곱째, 끈기 있게 기도하라!
포기하지 말고 성실하게 끈질기게 기도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기도를 포기할 때가 많습니다. 금방 지쳐버려 돌아서서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데 절대로 지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우리가, 청하는 우리가 먼저 지쳐 버립니다. 밥통에 쌀을 넣자마자 금방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쌀이 익고, 서서히 뜸이 들어가면서 맛있는 밥이 됩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도 서서히 익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기도드릴 때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고 끝장을 봐야 하겠습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