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다인 가족을 보호하다 나치에게 살해된 폴란드의 ‘울마 가족’이 9월 10일 시복됐다. 교회 역사상 태중의 아이를 포함해 일가족이 시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폴란드교회에 이날은 ‘기쁨의 날’이었다.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은 울마 가족의 고향인 폴란드 마르코바에서 요제프 울마와 빅토리아 울마 부부, 그리고 이들의 일곱 자녀를 시복했다. 울마 가족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두 유다인 가족을 보호하다 나치에 의해 처형됐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울마 가족이 시복된 오늘이 나치의 악행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라 기쁨의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종이에 기록된 복음이 울마 부부의 증거와 순교로 현실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치는 1942년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폴란드 지역에 살고 있는 유다인을 모두 죽이는 ‘라인하르트 작전’을 시작했다. 나치는 울마 가족이 살고 있던 마르코바 지역에서 7월 말 경부터 유다인을 학살했다. 이 지역에서 120여 명을 집단수용소로 보냈으며, 그해 12월 14일에는 숨어지내던 54명이 총살됐다. 마르코바에는 이 외에도 울마 가족의 보호 아래 살던 8명을 포함해 29명이 계속 숨어 있었다.
하지만 한 경찰관의 밀고를 받은 나치는 1944년 3월 24일 울마 가족의 집을 수색해 숨어 지내던 유다인 8명을 죽였다. 그리고 44살이던 요제프와 31살로 임신 중이던 빅토리아를 차례로 사살했다. 그리고 나머지 6명의 자녀들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유다인을 보호한 울마 부부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한 것”이라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괄시 받고 배척되던 유다인들을 그들의 집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울마 부부는 사울 골드만과 그의 네 아들, 골다 그륀필드와 딸 레슬라, 동생 레아 디드너를 감춰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이날 시복된 울마 가족을 기억했다. 교황은 “박해받던 유다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일 때문에 1944년 3월 24일 나치에 의해 일가족이 처형됐다”면서 “이들은 당시 시대에 만연한 증오와 폭력을 복음적 사랑으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두운 시기에 한줄기 빛이 됐던 이 폴란드인 가정이 선익과 봉사로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돕는 열정을 되살리는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