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CPBC 뉴스
진행 : 이혜은 앵커
출연 : 이승현 신부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기사 원문은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라는 표현을 국민 모두 실감하셨을 겁니다.
그래선지 가톨릭농민들에게는 이번 추석이 더욱 더 어렵고 힘들게 맞는 명절이 아닌가 싶은데요.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이승현 신부님 스튜디오에 모시고 농민들 노고가 담긴 추석 농산물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 수해에 폭염으로 올해는 기후재난을 겪었습니다.
이번 추석은 특히 가톨릭농민들에겐 더 어렵고 힘들게 맞는 추석이 아닌가 싶은데요. 생명의 농산물 소비운동에 앞장서시는 신부님 입장에서 볼 때 어떻습니까?
▶ 우리는 몇년째 기후위기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데요. 올해도 봄에는 냉해가 있었고, 여름에는 국지성 폭우와 폭염을, 가을에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기온과 잦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농사일을 하신 농민들도 요즘 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고 하실 정도로 해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농민들 또한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셈이어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주로 농산물 가격으로 물가상승률을 가늠하는데 정작 농민들은 남는게 없다, 손해가 크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 농산물 가격이 왜 올랐는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사과가 귀한 이유는 바로 봄철 냉해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리고 호우에 폭염에 농산물은 기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영향으로 상품성이 없거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지요.
가톨릭농민회원 중에 그 어렵다는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시는 남원식 농민은 올해 사과로 출하를 못하고 전부 즙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즙으로 내는 사과는 제값을 받기 어렵죠. 농민들은 남는게 없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으로 물가상승을 가늠하는 것이 맞나요?
각종 재해와 개방정책으로 농촌은 무너져가는데 마치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말한다는게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시로 가격이 변동합니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공급량이 부족해지니 가격이 오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품목들이 출하될 때는 가격이 낮아집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같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니 가격이 폭락했다가 조금만 오르면 크게 오른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도시가구의 소비지출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여전히 밥 한공기 가격이 자판기 커피 한잔 가격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조금만 수요가 부족해지면 수입해 오는 단기적인 물가정책을 써왔는데 그것이 아니라 국내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포함해 보다 근본적인 농업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예년과 비교할 때 올해 우리농 추석 상품 및 농산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 우리농을 통해서 만나게 될 모든 추석상품과 농산물은 땅과 농부의 노력이 듬뿍 담겨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올해는 기후위기 상황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민과 농민이 만들어낸 기름진 땅의 도움으로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겉모습은 일반마트나 백화점에서 만날 농산물보다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땅의 힘과 농부의 땀이 온전히 담겨서 생명으로 충만한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상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지난 농민주일 담화에서 유기농을 다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유기농산물 왜 중요한지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지난 농민주일 담화문에서 유기농업, 생명농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업은 생명을 가꾸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산업농업의 농산물은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낸 상품처럼요. 그러기 위해서는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사용해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생명을 가꾸는 농업이 죽음을 전제로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또한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은 석유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의 사용은 탄소를 배출해서 기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듭니다. 모든 피조물은 연결되어 있기에, 예쁜 농작물을 얻기 위해서 사용한 화학제품은 우리에게 돌아와서 위험을 초래하게 됩니다.
유기농업, 생명농업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땅의 힘을 돋우어서 농사를 짓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또한 유기농업, 생명농업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순환하게 만듭니다.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농사방법이 바로 유기농업, 생명농업입니다. 결국 유기농업, 생명농업은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농사방법입니다.
▷ 유기농을 구매하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망설인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분들께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 제가 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싸고 좋은 것은 없다’입니다.
만약 만났다면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는 속은 것입니다. 실제는 좋은 것이 아닌데, 좋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진 속임수에 넘어가서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나 대신에 다른 이가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힘이 약한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싸고 좋은 농산물은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미래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당장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비용은 점점 쌓여서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기후위기가 미래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가지 경우 모두 정의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생명의 식탁, 정의의 식탁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 미래 세대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이 모여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 생명의 농산물 생산에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않는 가톨릭 농민분께 응원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근원인 밥상을 차려주시는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신 농민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세상이 밥상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할 때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시기에 우리는 매일 밥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에게 중요한 것이 생태사도직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매일의 삶이 생태사도의 삶입니다.
생명을 가꾸고,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생명농업,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으니까요. 세상이 잘 알아주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농민 여러분의 땀과 수고를 값지게 받아주실 것이며, 반드시 보상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