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사제들)은 내쫓아 주십시오.”
9월 16일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찾은 한국 순례단 특별알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농담을 하자 이탈리아어를 알아듣는 이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교황은 이어 “한국 신부님들이 한국 밖에서 선교사가 되기를 바란다”며 “꼭 필요한 분들은 남고, 그 외의 다른 분들은 선교사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을 이야기하는데 왜 선교를 강조했을까. 교황의 말을 들으니 취재차 방문했던 필리핀 롤롬보이성당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서도 김대건 성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본당은 김대건 성인을 본당주보로 삼고 김대건 성인 축일에 마을 전체가 성대하게 축제를 벌인다고 했다. 롤롬보이는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 시절 마카오의 소요를 피해 머물던 곳이다.
필리핀만이 아니다. 당시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 그리고 중국 이곳저곳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주로 김대건 성인이 조선에서 활동한 1년 남짓을 기억하지만, 김대건은 15세에 한국을 떠나 더 오랜 기간을 해외 곳곳에서 활동했다. 김대건 성인이야말로 교황의 말처럼 ‘내쫓긴’ 사제였고, 마침내 천상교회로 ‘내쫓겼’다.
교황은 사제들을 내쫓아달라고 했지만, 사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선 김대건 성인은 우리 모두를 내쫓는다. 우리가 내쫓긴 삶을 산 김대건 성인을 본받고자 하기 때문이고, 선교는 사제만이 아닌 세례 받은 모든 이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성인들의 자취를 단단히 닦고 실천해, 성교회의 영광을 더하십시오.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이며 의로써 맺어진 아들이 됨을 증언하십시오.”(김대건 성인의 마지막 편지 중)
이승훈 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