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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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당신의 봉사는 어떠신가요? (이마리 마리아 앵죠, 아동청소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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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에게서 온 세 번째 이메일을 확인한 후 Sausage Sizzle(소시지 샌드위치) 장소에 도착했다. 한국 같으면 현수막에 화끈한 잔치 분위기일 텐데, 이곳 좌판은 부실하고 현수막 한 장도 안 걸려 있어 한참을 헤맸다. 겨우 발견한 작은 팻말에 체칠리아 성당의 자선기금 모금이라는 콩알만 한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커다란 현수막을 배경으로 앞치마를 두른 분주한 한국 신자들의 모습을 그리던 내 속마음과는 영 딴판이었지만, 이를 어쩌랴.

어쨌든 이 일의 주관자인 케리를 만나 출석 보고를 해야 했다. 이메일로 미루어 발랄한 젊은이일 거라 여겼던 내 생각은 큰 오산. 케리라는 이름표를 본 순간, 지난주 미사 때 뒤뚱거리며 지팡이를 끌고 독서대로 나가던 그 사람과 동일인임을 알고 경악했다.

그 주일 미사 때의 참을성 없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똑똑하고 멀쩡한 사람도 많은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 왜 독서를 맡아야 하는 걸까.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독서대까지 걸어가는 노인의 긴 이동시간을 조용히 기다렸다. 신부님과 신자들은 미소를 띤 채 케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듯한 그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에 나는 내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하느님의 총애를 받을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해주고 있었다. 아니 북돋워 주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Handicapped’가 언어 차별이라고 해서, 장애인을 ‘Disabled’로 바꾼 것만 해도 호주인들의 장애인 우대정신을 알 만하다.

핫도그 판매 날은 바람이 불고 몹시 추웠다. 그런데도 한인성당 우리 구역의 어르신 부부가 휠체어까지 타고 와 4인분이나 팔아주셨다. 나는 한인 친구들이 일부러 먼 곳에서 왔노라고 나발을 불고 싶었다. 그러나 호주 할머니들은 조용히 핫도그 파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들의 무반응에 머쓱해진 나도 입을 비죽이며 내 임무로 돌아갔다. 그나마 내가 그들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증명사진 한 장 없이 추억으로만 영영 사라질 봉사활동이었다.

때마침 BIWA(부산국제여성회)라는 복지단체에서 활동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외국 친구들 역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기 위해 수차례 발품을 들여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후원을 했다. 도움받는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의 정신을 으뜸으로 했다. 봉사도 절대적인 노력과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오죽하면 그들은 도움받는 사람을 ‘poor people’(가난한 사람들)이라 하지 않고, ‘needed place’(도움이 필요한 곳)라고 에둘러 말했을까. 그들에게 배운 것을 나는 어느덧 잊어가고 있었다.

주님, 외양을 중시하는 이 허풍선이의 봉사와 자선의 허영을 나무라주시고, 독서대까지 이동하는 케리를 참고 기다릴 여유와 진정한 사랑으로 모자란 이 여인을 가득 채워주소서.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마태 6,1)





이마리(마리아 앵죠, 아동청소년소설가)



*청소년 힐링소설 「한국전쟁과 소녀의 눈물」 출간. 많이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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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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