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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일한 정부 승인, 세 교황 힘썼다

한국교회사연구소 ‘Hello 대한민국, Hello 교황청’ (2) 대한민국과 교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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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가장 먼저 대한민국을 승인

대한민국과 교황청은 1963년 12월 11일 공사급 외교사절을 교환하기로 합의하며 정식 외교관계를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교황청이 한국에 교황사절(Apostolic Delegate)을 파견해왔다. 교황사절은 국가를 대상으로 파견되는 외교관이 아닌, 그 지방의 교회에 파견되는 사절이다. 그러나 교황사절에서 교황대사로 승격되는 것이 관례이므로, 양국 관계는 주한 교황사절 파견부터 살펴야 한다.

한국 교회에 교황사절이 처음 파견된 것은 3·1 운동이 일어난 해인 1919년이었다. 교황청은 이때 일본에 교황사절관을 설치하면서 주일본 교황사절에게 식민지 한국을 맡겼다.
 

패트릭 번 주교


광복 이후 1947년, 비오 12세 교황은 한국에 고유한 첫 교황사절을 파견했다. 초대 평양지목구장과 초대 일본 교토지목구장을 지낸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 패트릭 번(1888~1950) 주교였다. 아직 정부가 수립되지 않은 까닭에 번 주교는 교황사절과 동등한 권한을 지닌 ‘교황 순시자(Apostolic Visitor)’로 부임했다. 그는 해방 후 한국에 온 첫 외국 사절이기도 했다.

주한 교황사절 파견은 국제사회에 큰 효과를 미쳤다. 외교 관례상 교황청이 한국을 주권 국가로 승인했다고 여겨진 것이다. 한국 교회와 정부도 “교황청이 한국을 독립 국가로 승인해 준 정의의 결단이며,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크게 향상해준 것”이라고 기뻐했다.

번 주교는 1947년 10월 한국 교회와 사회 주요 인사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입국했다. 그는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환영 미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교황 성하께서는 진정한 자주적 민주주의의 새 국가를 건설하는 데 여러분의 굳센 신앙이 크게 이바지하리라는 깊은 신뢰를 하고 계십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비오 12세 교황, 성 바오로 6세 교황, 맨 오른쪽은 대주교 시절의 성 요한 23세 교황.

한반도 유일 정부로 승인받도록 돕다

1948년 5월 10일 남한만의 총선거가 치러져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7월 20일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선출됐다. 그리고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번 주교는 비오 12세 교황의 축전을 발표했다.

그해 9월 9일 북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천명하고, 유엔에서 승인받으려 노력했다. 이때 번 주교가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는 가톨릭 신자인 생로랑 캐나다 외무장관과 주캐나다 교황사절 안토니우티 대주교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부 수립의 정당성과 지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9월 21일 파리에서 열릴 제3차 유엔총회에서 캐나다가 한국 정부 승인을 반대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당시 소련 등 공산국가와 캐나다·호주·인도 등 영연방 국가 사이에선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번 주교는 서한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설득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위임을 받아 도덕적이고 전 세계를 대표하는 위원단의 활동으로 수립된 정부다. 또 한반도 인구 3분의 2에 해당하는 남한 인구 중 91 유권자가 투표하고, 여성도 처음 참정권을 행사한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정부이므로 ‘거국정부’로 인정할 만하다.”

10월 17일 유엔총회 파견 한국 대표단이 파리에 도착했다. 수석대표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교회 후원을 받던 장면(요한 세례자, 1899~1966)이었다. 이들은 각국 외교관을 설득해 한국이 승인되도록 하는 목적을 실천했다. 이때 교황청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오 12세 교황이 당시 교황청 국무장관 몬티니 대주교(훗날 성 바오로 6세 교황)와 주프랑스 교황대사 론칼리 대주교(훗날 성 요한 23세)에게 한국 대표단을 적극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무려 3명의 교황이 도운 덕에 한국 정부는 12월 12일 총회에서 찬성 48, 반대 6, 기권 1표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승인됐다. 중남미 등 가톨릭 국가는 물론, 캐나다와 호주·인도 등 영연방 국가도 찬성표를 던졌다. 총회가 끝난 후 장면은 대통령 특사로 비오 12세 교황을 예방해 감사를 전했다. 한국 교회도 12월 15일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주례로 명동대성당에서 유엔 승인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이민석 대건 안드레아 한국교회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리=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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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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