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16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세워졌다. 1846년 9월 16일 순교하기까지 만 25세의 짧은 삶, 그리고 1년 남짓 사제로서 조선의 신자들에게 굳은 믿음의 모범을 보인 그의 결연하고도 인자한 자태가 보편 교회 중심 바티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바티칸에서도 성인을 마주하며 그를 기리고 현양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한국 성인 사제를 더욱 알고 함께 기리게 됐다. 가톨릭교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동양인 성상을 모심으로써 교회 이름에 걸맞게 보편 성인들을 함께 공경하게 됐다.
177년 전 이날, 서울 새남터 형장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는 숱한 박해를 겪고 칼을 받기 직전 망나니들에게 “너희들도 천주교인이 되어 내가 있을 곳에 오도록 하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주님 곁으로 갔다.
김대건 신부는 사제가 되기 위해 머나먼 타지에 가서 공부하길 마다치 않고, 풍랑을 견뎌 다시 조선에 닿아 관아의 눈을 피해 신자들을 돌보다 투옥되기까지, 삶 자체를 고난으로 감내했다. 온갖 고문과 굶주림 속에도 그는 편지를 통해 “주님을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 살아있더라도 쓸데없을 것”이라며 강인함과 교우들을 향한 큰 사랑을 보였다.
이제 다시 우리 차례다. 이 땅에서 순교한 성인을 보편 교회에 더욱 드높인 이번 계기를 발판 삼아 그가 남긴 족적과 말씀, 굳은 의지와 신앙 이야기를 다시 자세히 세계에 알려야 한다. 천상의 성인 사제를 계속해서 현양하고 전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복음적 사명이다. 한국 교회는 계속해서 순교 성인들과 함께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