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apocalypse).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묵시록의 영어 이름입니다. 요한묵시록은 세상의 마지막 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요한묵시록은 여러 가지 환시를 보여줍니다. 하늘에서 우박과 불이 쏟아져 내리고 바다는 피가 되고 수많은 피조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세상의 마지막을 묘사한 그 아포칼립스가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지구는 뜨거웠습니다. 캐나다에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산불은 그리스 넓이의 땅을 불태웠으며 산불의 연기는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유럽은 폭염으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습니다. 벨기에는 처음으로 9월 폭염이 나타났습니다. 적도 아래 남반구 호주 시드니는 겨울이 끝난 지금 기온이 30도에 육박하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폭염이 지속되며 1935년 이래 처음으로 9월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중동의 리비아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10일 열대성 폭우로 쏟아진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댐 2개가 무너졌습니다. 유엔은 사망자만 1만1천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폭염과 홍수 등 기존의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든 기상 이변들은 한 단어로 설명되어집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전 세계 정상이 참석하는 유엔기후목표정상회의가 20일에 유엔본부에서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하여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하여 파리, 런던 등 주요 도시 대표를 만나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안토니오 구텐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로 “인류가 지옥문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기후목표정상회의와 더불어 기후주간을 맞이한 세계 곳곳에서는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시위대가 브란덴부르크문 기둥에 주황색 스프레이 칠을 하면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달 23일 서울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유경촌 주교 주례로 서울역에서 기후위기 거리미사를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후위기는 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점점 더 공동의 집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공동의 집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폭염과 홍수, 산불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세상의 약자들이 받고 있습니다. 개인을 포함한 우리 공동체 모두의 적극적인 생태적 행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달 4일에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후속 회칙의 내용은 기후위기에 대한 급박한 대처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아포칼립스 지구 >입니다.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