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이주할지 또는 머무를지 선택할 자유’를 주제로 9월 24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필리핀·베트남·프랑스·남미·몽골·인도네시아 공동체가 미사 전례와 성가를 담당했다. 필리핀 공동체는 ‘주님의 기도’를 한국어 성가로 준비해 부르는 등 미사에 참여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주민과 난민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미사와 행사에는 각국 공동체 이주민과 봉사자 등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장인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가장 안전해야 할 삶의 자리에 두려움과 절망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사회적 폭력을 피해 자신의 자리를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주민과 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며 “자유롭게 일할 권리, 자녀들이 교육받을 권리, 특히 사회적 압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우리가 새로운 것에 대해 기대도 하지만 두려움도 가지듯, 이 땅을 밟는 많은 이주민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의 은총과 공동체의 사랑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명동 가톨릭 회관 일대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과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페이스 페인팅과 매듭 팔찌 만들기, 전통 의상 입어보기, 놀이 체험은 이주민과 신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장이 됐다. 나눔 부스에서는 플리마켓과 캘리그래피, 이주민을 위한 법률 상담도 마련됐다. 가톨릭 회관 앞마당은 이주민들의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이주민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며 모국의 전통춤과 노래를 선보여 큰 호응을 끌어냈다.
조이스(필리핀공동체)씨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살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도 많은데,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안나(베트남공동체)씨도 “다른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 함께하면서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며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더욱 많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상혁 신부는 “여러 이유로 한국, 특별히 서울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서로 친교를 나누고 나눔을 실천하며 기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