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사제와 청년들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우리신학연구소는 9월 25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청년들이 교회와 나누고픈 이야기’를 주제로 지난 리스본 WYD에 참가했던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 담당 김도연 신부와 청년들을 초대해 4년 뒤 서울 WYD를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 소속으로 리스본을 다녀온 홍예진(크리스티나, 25)씨는 “WYD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는 저를 비롯한 대부분 젊은이가 본대회보다 교구대회 등 사전 대회를 더 인상 깊어했다”고 했다. 2027년까지 청년 신자를 대상으로 대회 전체의 의미를 제대로 알릴 필요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홍씨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성체분배 문화가 기억에 남는다”며 “사복을 입은 수녀와 평신도 여성이 적극 참여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소를 머금고 성체를 나누는 모습은 성체성사의 기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회임에도 전광판에 영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은 점은 당황스러웠다”고 평했다. 교황의 초대를 받아 WYD와 미사에 참여했지만, 정작 교황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알아듣지 못한 채 멀뚱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홍씨는 “파견 미사 때 라디오로 영어 동시통역이 제공됐다고 했는데, 사전 공지는 없었다”며 “한정된 정보 제공과 홍보 부족 탓에 모르고 지나간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고 했다.
리스본 WYD 조직위 커뮤니케이션부 소셜미디어 한국팀장으로 봉사한 이주현(그레고리오, 33)씨는 “서울 WYD라고 해서 서울대교구 WYD로 이해해선 안 된다”며 “리스본 WYD 조직위원회에서 일한 직원과 봉사자들이 모두 리스본총대교구 출신이 아니었던 것처럼 서울 WYD에도 한국 교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교구와 수도회, 평신도 단체 등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도연 신부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와 추억을 선사하고자 본대회 이전에 다양하게 선보였던 프로그램들이 관광 상품처럼 변질돼 그저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 여행을 하고자 참여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리스본 WYD에서 느낀 바를 전했다. 그러면서 “WYD가 어떤 대회이고, 대회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사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도연 신부는 “서울대교구가 대회 유치에 힘쓴 가장 큰 이유는 WYD가 얼어붙은 청년 사목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 것”이라며 “단순히 대회를 잘 치르는 게 아닌, 준비 과정을 모두 사목으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한국 교회의 젊은 신자들을 아우르는 공통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며 “오늘날 사제 중심주의로 흘러가는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서울 WYD를 위한 과제가 될 듯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