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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물꼬 트는 재미 /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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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과 지역 주민이 교류하는 문화 행사 ‘물꼬를 트다’가 주교좌의정부성당에서 열렸다. 현장에서 ‘뭔가 어색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성당 문을 넘는 이들은 거의 비신자였다.
그런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한결 편안한 표정을 보였다. 축제를 즐기며 기분을 환기했기 때문이겠지만 ‘성당에 와본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 내심 흐뭇했다.

한 주간 동안 물꼬 트기가 목적인 취재가 계속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모인 ‘2023 평화문화제’가 그랬다. 감정의 응어리를 대대로 물려받은 한일 청년들은 어렵게 말문을 열고 아픈 역사를 꺼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평화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이주민 축제’도 이주민과 선주민이 만날 기회를 만들며 친교의 발판을 마련하는 행사였다.

‘물꼬를 튼다’는 말이 새삼 교회의 사명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 속에서 교회는 평화와 친교를 가로막는 답답한 상황을 풀어낼 방법을 쉼 없이 찾기 때문이다. 교회를 따라 우리의 삶에도 물꼬 트는 재미가 흘러넘치면 좋겠다. 가깝게는 껄끄러운 사람과 말문을 트는 일부터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솔직한 소통을 시작하는 일까지. 우리 삶에 평화를 저해하고 정의를 가로막는 일이 놓여 있다면 이를 해결할 물꼬를 찾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물꼬는 한번 터지기만 하면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러니 일상에서 조금씩 물꼬 트는 재미를 누리다보면, 언젠가 더 큰 평화를 위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는 일을 마주할 때 우리는 좀 더 그리스도인다운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염지유 로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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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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