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는 탈종교화 시대에 접어들었을까? 최근 개신교 모 연구소 통계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한국인이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우리나라는 종교인이 37이고 무종교인이 63라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종교인의 감소가 심각하다. 20년 전인 2000년 초기만 해도 종교인이 50 이상 되었는데 2012년 이후로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에서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력도 한몫 했을 것이다. 게다가 청년 세대, 특히 20대에서 종교인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 5명 중에 1명만 종교인인 셈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천주교 비율은 2012년 10.1에서 2022년 5.1로 줄었다. 다시 말해서, 10년 사이에 신자 수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2.5로 감소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현상이 믿어지지 않는다. 개신교 현황에 초점을 맞춘 통계조사라 천주교에 대한 정확도가 미흡할 거라 추측하면서도 마음은 께름칙하다.
개신교에 대한 통계조사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개신교인이 종교를 버린 이유 중 1위가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란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종교를 버린 이유 2위로는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란 응답도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무종교인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도 ‘종교에 관심 없어서’가 1위였고,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라는 응답도 그에 못지않아 2위였다고 한다. 우리 천주교도 설문조사를 해본다면 아마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 종교를 버린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매우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에 진입하고,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방식이 너무나 많이 달라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디지털 문화는 로봇과 AI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각종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때다. 그러니 탈종교화 현상에 대해 “현대인은 종교의 초월적 성격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어느 학자의 진술은 매우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제 교회는 합리화된 현대인에게 어떻게 그리스도교를 설득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 혹은 문화의 복음화 과제로 귀결된다. 교회가 이 과제에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겠다. 또한 종교를 버린 이유 중 2위인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천주교 입장에서 성찰하고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난 주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이 가톨릭 역사상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됨으로써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는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로 폐쇄적이고 교회 중심주의적인 면이 다분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탈종교화라는 무시할 수 없는 추세에도 종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는 ‘종교의 공공성’ 실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종교가 제시하는 가치와 의미는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에 살아있는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사회에 열린 교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언제든 야전병원으로서의 돌봄과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교회만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하리라 믿는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