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CULTURE MOVIE (1)
1750년. 조선에서 영조가 균역법을 실시했던 그 해, 남미 대륙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포르투갈 노예상인 로드리고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는 아내와 내연관계이던 동생을 칼로 찔러 죽이고 한 수도원에 들어가 단식을 하면서 죽음을 기다렸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가 자신을 따라 남미로 가자고 했다. 보속의 길을 걸으라는 가브리엘 신부의 제안에 멘도자는 동의했다.
멘도자는 과라니 족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의 몸에 고철 덩어리(죄)를 칭칭 묶고, 맨손으로 폭포를 올랐다. 보속을 위해 그렇게 우직스럽게 위로 올라갔다. 그 종지에 천국이 있었다. 멘도자는 과라니 족 사람들을 사냥해 노예로 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과라니 족은 그에게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민다. 그리고 멘도자를 얽어매고 있던 고철 덩어리들을 직접 떼어 주었다. 죄는 용서를 만나 눈물을 만들어 낸다. 멘도자는 한참 동안 울었다. ‘천국에는 눈물도 있다!’는 것이 이로써 증명됐다. 그 천국에서 멘도자는 사제가 된다.
하지만 멘도자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탁자 위에서 남미 영토 분계선을 임의적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브리엘 신부의 선교회는 해체를 요구받는다. 또 과라니 족도 강제로 숲으로 들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과라니 족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기로 한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와 멘도자도 과라니 족과 함께 저항키로 한다. 방법은 달랐다. 가브리엘 신부는 비폭력 저항의 길을 선택했고, 멘도자는 칼을 들었다. 하지만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포르투갈 군대 앞에서 과라니 족은 낙엽처럼 쓰러졌다. 멘도자도 총을 맞고 쓰러졌다. 죽어가는 그의 눈에, 성체를 앞세우고 포화 속을 걸어가는 가브리엘 신부의 모습이 보였다. 미션은 성공했다.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산 자들의 기억 속에 그들의 미션이 생생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죄의식에 시달리는가.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가. 나에게 주어진 미션이 무엇인지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몸에 무거운 고철 덩어리들을 달고, 폭포를 맨손으로 올라가겠다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 보속과 회개의 종착점에 용서의 손길을 내미는 과라니 족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내 몸을 두르고 있는 짐들을 벗겨줄 것이다. 그 용서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눈물 펑펑 쏟으며 천국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