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례자다. 살레시오 수녀회 순례단으로 2023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다녀왔다. “코리아! 서울!” 리스본 테주공원에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알리는 교황님의 목소리가 내 온몸을 짜릿하게 한 그날에서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돌아온 뒤, 내 고향 서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서울 곳곳에 깃발을 들고 성가를 부르며 기뻐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포르투갈에서 본 모습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3대째 구의동본당에 다니는 소위 고인물(?)인 나는 성당에 모여 기도하고 찬양하는 순례자들이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이미 시작됐다!
내가 함께한 살레시오 수녀회 순례단은 서울, 경기, 대전, 제주 전국 곳곳에서 모였다. 3주간 동고동락한 총 26명의 순례자들은 다가올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며 한국에서 우리끼리 ‘미리 하는 교구대회’를 해보기로 했다.
세계청년대회는 교구대회와 본대회로 이뤄져 있다. 교황님과 함께하는 본대회 이전, 순례자들은 전국 각 지역 교구로 흩어져 교구별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현지인들과 함께하며 홈스테이와 지역 순례를 한다. 이처럼 우리들도 각자 자신의 성당에서 호스트가 되어 작은 교구대회를 맛보고 있다. 쑥고개본당은 주보성인이 103위 한국순교성인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에 올 세계 청년 순례자들에게 천주교 역사를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며 내게 지금의 순교는 무엇일지 묵상했다. 도림동본당에서는 살레시오 수녀회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 역사를 알게 됐다. 구로3동본당에서는 1박2일 홈스테이까지 했다. ‘포르투갈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청담동본당은 청년 레지오 마리애 부단장인 순례자가 진행하여 나는 레지오 마리애를 체험하며 협조단원이 되었다. 두 달 동안 총 4곳의 성당에서 미리 하는 교구대회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순례자들과 서울 천주교 순례길 2코스의 가회동성당 순례를 다녀왔다. 리스본에서 받은 묵주를 들고 순례자들과 어두운 성당 안에서 나지막이 소리 내어 묵주기도를 드렸다. 주교좌명동본당에서는 순례자들과 성시간에 참여하고 명동 길거리 음식을 먹기도 했다.
우리끼리 체험해 보는 교구대회를 통해 신앙이 성숙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익숙한 지역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지역사회와 본당 공동체를 새롭게 보고 기도하며 기쁘게 대회 봉사 준비를 하려 한다. 국교가 가톨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다음 대회를 생각할 때 걱정과 두려움도 앞선다. 하지만 나는 이번 순례를 통해 주님께 의탁하게 됐다. 순례 내내 살레시오 수녀님들의 기도가 함께하는 것을 보며 대회를 기도로 준비하는 것을 알게 됐다. 대회 중에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 발현 성지에도 다녀오니 더없이 이 짧은 기도를 계속 드리게 된다. “도움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번 세계청년대회 성구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참조)이다. 그 떠남은 사랑이었음을 체험했다. 서둘러 떠나 사랑을 체험할 미리 하는 교구대회의 앞으로 일정은 서울을 벗어나 수원교구 젊은이 기도모임 피정, 제주, 대전의 교구대회 예정이다. 새로운 여정에서 힘들어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우리와 함께 서둘러 가보자는 성모님이 계시지 않은가! 도움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윤화영(아녜스·서울 구의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