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후속 내용을 다룬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를 발표했다. 교황은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아 권고를 내고,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한 전 세계 차원의 긴급한 대응을 다시금 촉구했다.
권고 제목 「하느님을 찬양하여라」에는 인간ㆍ기술 중심주의를 경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하느님을 대신하려 하는 인간이 바로 인간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보다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의 뜻과 진리에 부합한 삶을 살고, 별들의 수까지 정하고 낱낱이 이름을 지어 주신 그분을 찬양해야 한다는 복음 말씀의 뜻도 담긴 것이다.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심각한 지금의 기후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위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총 6장 73항에 걸쳐 △국제적 기후 위기 △증대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 △국제 정책의 빈약성 △기후 회의의 진전과 실패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대한 기대 △영적인 동기 부여 등을 다루며 실천적인 기후 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공동의 집을 지켜야 할 환경 보호의 대전제를 다루고 있다면,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인류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 위기의 위험성에 깊이 주목하고 있다.
교황은 권고에서 “(기후 위기로) 우리를 환대해주는 세상은 무너지고 거의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변화는 부인할 수 없고, 그 영향 또한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기후 위기에 대한) 표징들을 축소하거나 우습게 보려는 몇몇 시도들도 있었다”면서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은 현실이고, 인간 행위가 이러한 문제들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권고에서 인류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과신하고 있는 현 세태도 비판했다. 교황은 “기술력과 경제력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 너무 빠져들어 있다”면서 “이는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자원이라 믿으면서 야심만만하게도 우리 자신이 그 일부임은 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나친 야망은 윤리적으로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최소 비용, 최대 이윤의 논리에 휩쓸리고 만다면 우리 공동의 집에 어떤 참된 관심도 기울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권고는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 국제적 협력의 방법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교황은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수지만 이에 관해 결정을 내리고 법제화하는 현재와 과거의 접근 방식들은 재고해야 한다”며 “정책에 관여하는 이들 역시 몇몇 나라나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과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모든 종교인의 행동도 요청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에게는 하느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하느님의 피조물을 돌볼 책임이 있다”면서 “자연법을 존중하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아름다움·풍요로움을 인식하며 우리의 보금자리인 이 세상과 화해를 이루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