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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편견

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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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 필리핀·베트남·프랑스·남미·몽골·인도네시아 공동체에서 1000명에 가까운 이주민이 함께했다. 가톨릭회관 인근에서는 문화 체험과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열렸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손과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부스에 발길이 멈췄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이주민이 손과 얼굴에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이주민 어린이가 손에 그림을 그리고 있길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그 순간 어린이가 카메라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어린이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는데, 한 수도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얼굴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건네는 단호한 말이었다. 이주민들과 함께 온 수도자인 듯했다. 그 수도자는 미사 중에도 기자들의 촬영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이주민은 2022년 기준 224만 5912명, 대한민국 인구의 4.4에 달한다. 이주민 수는 크게 증가했고, 예전과 비교하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러나 불필요한 시선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차별과 혐오, 편견 없이 그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이주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이주민과 함께한다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모습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정말 마음을 다해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지,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함께 하고 있는지 말이다.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에서 만난 어린이의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감추고 무조건 보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들과 함께하는 우리가 어쩌면 편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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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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