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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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이후

교회의 태동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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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다가 뭔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는? 학습 방법을 재구성해야 한다. 범죄 사건이 미궁에 빠질 때 형사들이 하는 것도 범죄의 재구성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 어떤 사건을 푸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혹시 교회 태동 당시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는가. 조금씩 알고 있는 조각 지식들이 제대로 맞춰져 있지 않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가. 알긴 하는데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가. 2000년 전, 예루살렘의 한 다락방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사도 1-2장)을 재구성 해보자.

예루살렘의 최후의 만찬 다락방. ?

조사 보고서 : 사건의 재구성
1. 사건 현장 : 예루살렘 성을 시온 문으로 빠져나가 약 100m 가량 걸어가면 2층 석조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에 최후의 만찬 다락방이 있는데, 만찬 장소 옆 계단을 올라가면 또 하나의 작은 경당이 나온다. 교회가 태동하는 성령 강림 사건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다. 때는 오순절이었다.
 
2. 등장인물 : 성경은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사도 2,1)며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몇 명이었을까.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사도 1,13; 1,26; 2,14 참조) 시몬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아, 필립보, 토마스,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열혈당원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등 총 11명, 여기에 한 명이 더 있었는데, 그는 예수를 배반하고 죽은 ‘유다’의 자리에 선발된 마티아였다. 그래서 총 12명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도들은 평소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해 여러 여자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했다.(사도 1,14 참조) 따라서 사건 현장에 마리아를 비롯해 몇몇 여성들이 함께 있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3. 인물들의 심리상태 : 제자들은 10일 전의 감동과 환희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부활한 스승은 40일간 지상에 머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가르쳤다. 그리고 ‘다른 보호자’(요한 14,16)인 진리의 영이 오실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하늘로 올랐다. 장엄한 모습이었다.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힘든 그 기적(부활과 승천) 앞에서 제자들은 다시 하나가 됐다. 그들은 특히 스승이 승천하며 남긴 ‘큰 약속’ 하나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하지만 제자들은 지금 풀 죽어있다. 스승님이 영원히 옆에서 함께 계셨으면 좋겠는데, 떠나셨다. 제자들은 지금 막막한 심정이다. 스승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4. 사건의 발발 : 그 날 아침이었다. 방안에는 기대와 호기심, 평화와 불안이공존했다. 순간, 그 의구심을 세찬 바람이 부는 듯 하는 소리가 흔들어 깨운다. 곧이어 강렬한 불꽃이 일었다. 그 불꽃 모양의 혀들이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 앉았다.(사도 2,2-3 참조) 약속은 성취됐다.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 찼다.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교회는 이렇게 성령의 오심과 함께 출발했다.

5. 사건의 전개 : 성령의 능력은 놀라웠다. 지금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제자들이 거리로 뛰어나가 진리를 선포하기 시작했다. 사도들은 유대교가 정통 종교로 인정받던 예루살렘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공식적으로 신앙을 선포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사도들의 이런 모습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였다. “포도주에 취했군.”(사도 2,13) 하지만 사도들은 취하지 않았다. 당시 시간은 오전 9시였다. 취할 시간이 아니었다.

6. 사건의 향방 : 베드로가 군중들 앞에 섰다. 첫 선포가 이어진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사도 2,36)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도 2,37) 베드로가 대답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 여러분은 이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십시오.”(사도 2,37-40) 베드로의 설교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자리에서 3000여 명이 개종했다.

7. 사건의 파장 : 당시는 모든 사람이 종교를 가지고 있었던 시대였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가난뱅이 어부 베드로의 설교 한마디에 3000여 명이 개종했다. 기적이었다. 무한한 하느님의 섭리를 유한한 인간이 성취해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닌가. 그렇게 첫 신앙 공동체가 탄생했다. 독특한 조직이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재산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사도 2,42-47 참조) 자연히 궁핍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이렇게 첫 신앙 공동체는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갔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47) ‘성령 강림 → 사도들의 변화 → 신앙 공동체의 등장 → 공동체에 대한 성령의 임하심 → 공동체의 성장.’ 성령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큰 바퀴(大乘)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맨 앞줄에서 이끌었던 베드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드로는 ‘예수 그 이후’ 이야기 탑의 맨 아래에 놓이는 든든한 반석이기 때문이다.(마태 16,18 참조)

글 _ 우광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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