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성전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어디를 향해서 인사해야 할까요?
① 십자가 ② 성체가 모셔져 있는 감실 ③ 신부님의 의자 ④ 제대 ⑤ 성모상
■ 정답 : ④ 제대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어디일까. 성당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경의를 표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들어 보면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의 몸인 성체가 가장 중요하니 감실에 가장 먼저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대형 십자가 혹은 예수님상에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 틀렸다. 성당의 중심은 ‘제대’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182항 참조) 암브로시우스 성인은 “그리스도의 제단이란 그리스도의 몸의 형상”이라며 “제대는 성체를 나타내고, 그리스도의 성체는 제대 위에 계신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회는 미사 전례에서 ‘감사 기도 제1양식’을 통해 이렇게 기도한다. “전능하신 아버지, 간절히 청하오니, 거룩한 천사의 손으로 이 제물이 존엄한 천상 제대에 오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제대’에서 성자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마다 하늘의 온갖 은총과 축복을 가득히 내려 주소서.”
미사가 시작할 때 성가책만 보지 말고, 사제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라. 제의실에서 나온 사제는 가장 먼저 제대에 경의를 표하는 인사를 한 후 제대에 올라간다.(감실 혹은 십자가에 인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대에 입을 맞추고 절을 하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성호경을 그으며, 신자에게 인사를 한다. 이처럼 미사는 제대에 대한 최대의 경의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 이제 세상 ‘모든 성당의 중심은 제대’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당연히 제대다. 게다가 베드로 대성당의 제대는 좀 더 특별하다. 제대 바로 아래에 사도 베드로의 유해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제대에서는 오직 교황만이 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
초세기부터 이곳에 나무 제대 혹은 조촐한 제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상 처음 나타나는 제대는 1000년 전인 1123년 교황 갈리스토 2세(Callistus PP. II, 1119~1124 재위)가 축성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우리가 베드로 대성당에서 눈으로 만나는 제대는 500년 전인 1594년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PP. VIII, 1592~1605 재위)가 축성한 것이다.
워낙 중요한 곳이다 보니, 제대에 대한 장식도 공을 들였다. 제대 위를 덮고 있는 것을 발다키노(Baldacchino)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천개(天蓋)라고도 한다. 천개는 원래 불교 용어인데, 불상이나 불단 위를 장식하던 장엄한 조형물을 뜻한다. 불단이나 불상을 비나 먼지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용도였는데, 베드로 대성당 제대 위의 발다키노는 우리말로 순화해 ‘닫집’으로 부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베드로 대성당의 닫집은 우르바노 8세(Urbanus PP. VIII, 1623~1644 재위)가 천재 조각가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에게 의뢰해 1625년부터 1633년까지 8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청동에 금박을 입힌 바로크 양식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일부 역사가들은 이 닫집에 얽힌 흑역사를 말하기도 한다. 아름답게 만들려는 욕심이 지나쳤을까. 아래에서 꼭대기 황금 십자가까지의 높이만 29m. 무게는 무려 37t에 달한다. 그래서 이 닫집을 위해선 엄청난 양의 청동이 필요했고, 이탈리아 전역에서 물자를 끌어모으는 한편 판테온의 청동까지 뜯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불국사의 다보탑, 석가탑의 돌을 뜯어내 불국사 본전에 오르는 계단을 만든 격이다.
어쨌든, 이렇게 완성된 닫집은 당시 사람들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창조물이었다. 물결무늬 나선형 기둥은 인간의 영혼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닫집 내부 가장 위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금박으로 부조되어 있다. 또 관을 올리는 천사들, 베드로를 상징하는 교황관과 열쇠 및 바오로를 상징하는 칼과 복음서를 든 천사 등 다양한 장식물들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베드로 대성당에서 또 중요한 장소를 꼽으라면 제대 뒤쪽에 있는 베드로의 의자, 교황좌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성 베드로가 로마에서 전교 활동을 할 때 앉았던 나무 의자의 조각들을 5세기 경에 모아 그 위를 상아로 장식해 만든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교황좌는 닫집을 제작한 조각가 베르니니가 만든 것으로 1666년 1월 16일 현재의 자리에 놓였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의자가 아닐까 싶다. 의자 네 다리를 받치고 있는 네 명의 인물은 교회를 떠받치고 있는 교부들인데, 앞쪽의 두 분은 서방교회 교부 성 암브로시우스와 성 아우구스티누스이고, 뒤쪽의 두 분은 동방교회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와 성 아타나시우스이다.
처음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정작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교황좌보다는 의자 위쪽에 보이는 성령의 모습이었다. 유리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천연 대리석을 아주 얇게 깎아 빛을 수용하도록 한 것이다. 해가 쨍쨍한 날 오후 베드로 대성당을 찾는다면 12개로 나눠져 있는 대리석 창에서 하늘에서 빛을 타고 내려오는 성령의 장엄함을 만날 수 있다. 교황좌를 중심으로 뒤쪽 왼편에는 라틴어로 ‘O PASTOR ECCLESIAE TU OMNES CHRISTI PASCIS AGNOS ET OVES’가, 오른편에는 그리스어로 ‘ΣΥ Β?ΣΚΕΙΣ ΤΑ ΑΡΝΙ? ΣΥΠΟΙΜΑ?ΝΕΙΣ ΤΑ ΠΡΟΒΑΤΙΑ ΚΡΙΣΤΟΥ’가 새겨져 있는데, 둘 다 ‘교회의 목자, 모든 양떼를 목장으로 인도하라’는 의미다. 이는 베드로를 향한 예수님의 말씀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17 참조)를 뜻한다.
교황좌와 닫집의 위를 보면 웅장한 돔이 눈에 들어온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가 설계했는데 정작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자코모 델라 포르타(Giacomo della Porta, 1540~1602)가 1590년에 완공했다. 그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총 중량은 약 14,000t, 외부 높이는 133m, 내부 높이 117m, 외부 직경 59m, 내부 직경 42m에 달한다. 내부 직경만 피렌체 대성당의 그것보다 조금 작을 뿐, 높이 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 웅장함에 화려함까지 더했다. 돔을 지탱하는 네 모서리 기둥벽 위쪽은 복음서의 저자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을 상징하는 사람, 사자, 소, 독수리가 원형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공간만 거대하다고 해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가톨릭 교회의 자부심과 믿음에 대한 강한 신념, 세상 구원에 대한 소명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자부심과 믿음, 소명에 대한 예수의 약속 앞에서 나는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돔 내부 둘레에 새겨진 글자(각 글자의 크기는 2m에 달한다)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TV ES PETRVS ET SVPER HANC PETRAM AEDIFICABO ECCLESIAM MEAM. TIBI DABO CLAVES REGNI CAELORVM.”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18-1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