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20세기 이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세 팀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그리고 엘지 트윈스다. 사람들은 그들을 ‘엘롯한’이라고 묶어 불렀다. 팀의 팬들은 내일은 우승이라는 ‘희망고문’ 속에 있거나,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된다’며 자포자기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올해 엘지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한 것이다. 30여 년이라는 꼬박 한 세대가 지나가는 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엘지가 역전 만루홈런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엘지 트윈스 우승이라는 나비의 날갯짓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태풍이 되었다. 엘지의 우승을 1면에 다룬 한 스포츠 신문은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엘지 팬들은 우승을 소유하고자 우승 기사가 실린 신문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과 지하철 가판대, 버스터미널을 돌아다녔다. 어떤 팬은 신문사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신문을 구한다는 팬들의 게시글이 넘쳐났으며, 판매가격 1000원의 신문은 중고가격 1만 원대에 거래되었다. 깜짝 놀란 신문사는 추가로 인쇄본과 특별판을 만들어 배포했다. 기분 좋은 엘지도 특별광고까지 만들어 신문에 실었다. 신문사는 이참에 1면만 따로 액자에 담은 정식 ‘굿즈(기념품)’ 출시도 고민 중이다.
이번 신문 품절 대란은 2030세대가 주도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2030세대는 신문을 읽지 않는다. 정확히는 신문을 읽지 못한다. 신문이 구식이기보다는 2030세대가 신문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집에 신문이 없을뿐더러 신문을 만나기 위해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궁금한 뉴스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되는 시대에 신문을 직접 구하려는 일은 여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엘지 우승 신문 품절 대란을 통해 신문이 ‘굿즈(기념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사람들은 신문과 같은 올드 미디어의 위기라고 말을 한다. 신문의 경쟁 상대는 라디오도 TV도 아닌 이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OTT가 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는 생성형 AI가 신문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의 ‘더 인디펜던트’는 2016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지면을 만들지 않는다.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여 뉴스를 발행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신문인 오스트리아의 ‘비너 차이퉁’은 올해 6월 30일을 끝으로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 이제 종이신문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반대로 지면을 강화한 곳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얼마 전 ‘지면’ 개편을 단행했다. 전통적인 판형에 변화를 주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개편’을 했다. 일명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지면 판형을 세로로 길게 바꾸고, 섹션별로 디자인 요소를 강화했다. 그리고 보통 신문의 디자인과 인터넷의 디자인이 다른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인터넷 디자인을 신문의 디자인과 똑같이 만들었다. 컴퓨터이든 스마트폰이든 모든 기준은 종이신문이다. 이유는 아무리 디지털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주는 고유성은 어떤 것도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도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교세는 우리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작년 제호 위치변경과 디자인의 변화는 이런 고민의 한 걸음이다. 여기에 마음도 다잡는다. 무엇이 변해도 복음을 세상에 전한다는 사명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기자 정신으로 더 보고 더 듣고 더 기록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역전 만루홈런을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