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국과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일본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에서 탈핵을 촉구하며 더욱 적극적인 연대를 결의했다. 양국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녹색 전환 정책으로 핵발전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따른 양국 교회의 탈핵 호소가 일본 현지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일본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는 13~17일 후쿠이현에서 ‘제9회 한일 탈핵 평화순례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시다 정권의 핵발전 강화 전략의 실상을 살피고, 한일 교회가 함께 대책과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여정이다. 후쿠이현에는 최고령 핵발전소인 다카하마 1호기를 비롯해 발전소 14기가 설립됐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전 일본 전체 핵발전소(54기)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이번 순례에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아빠스와 총무 양기석(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를 비롯한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장과 수도자, 활동가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정의평화협의회 담당 에드가 가쿠탄(센다이교구장) 주교와 탈핵 소위원장 미츠노부 이치로(예수회) 신부, 활동가 등이 동참했다.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은 쓰루가·미하마·오이·다카하마 핵발전소와 국비 1조 엔을 투입해 지었으나 잦은 사고로 폐로 결정이 난 몬주 원자로를 둘러봤다. 아울러 순례단은 일본 현지에서 꾸준히 탈핵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와 종교인도 만나 이야기를 경청했다. 오바마시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묘츠지(明通寺) 주지 나카지마 테츠엔 스님, ‘노후 원전 가동 연장 인가 취소’ 소송을 낸 개신교 신자 구사지 타에코씨,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좌장인 오시마 겐이치 류코쿠대 교수 등이다. 순례단은 또 현지 가톨릭 신자들과도 친교를 다졌다. 후쿠이현을 관할하는 나고야교구 주교좌 누노이케성당에서 교구장이자 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박 아빠스를 비롯한 순례단 일부는 후쿠이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17~20일 센다이교구 초청으로 2011년 핵발전소 사고 후 재건하고 있는 후쿠시마현 일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인근인데도 중대 사고에 대비할 수 있었던 오나가와 핵발전소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