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원주교구 배론성지.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두 사제가 오랜 숙원이던 「한중라 사전」과 「라-한 사전」을 제작하다 붙잡혀 순교한 역사적인 곳인데요.
한국성토마스연구소는 어제 배론성지에서 「라-한 사전」 봉정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김영규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내 성가정 대성당이 신자들로 넘쳐 납니다.
라틴어로 신학생 양성에 힘쓰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두 사제에게 「라-한 사전」을 바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라-한 사전」 봉헌미사를 주례한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는 “한국성토마스연구소장 이재룡 신부의 작업이 성 토마스 아퀴나스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고 축하를 건넸습니다.
<조규만 주교 / 원주교구장>
“우리 한국교회를 대신해서 시몬이 생각나는 낙엽의 계절에 이재룡 신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사시면서 신부님의 대업을 잘 이루시기를 비는 마음으로 이 미사에 함께합니다.”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신자들의 후원 은혜가 헛되이 쓰이지 않고 「라-한 사전」으로 열매를 맺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최창무 대주교 / 전 광주대교구장>
“물방울이 돌을 뚫는 심정으로 천작해서 이러한 위대한 작품을 했기 때문에 정말 이 신부님 수고 많고 동문들 수고하셨습니다.(박수)”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주교는 “하늘나라에 계신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두 사제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격을 함께했습니다.
<유경촌 주교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바로 이 배론 골짜기 성지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다 모여서 그분들을 추모하며 이 미사 안에 사전을 봉정한다는 것은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뜻깊은 자리에 저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재룡 신부는 2016년부터 편찬 작업을 함께 한 편찬위원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이재룡 신부 / 한국성토마스연구소장>
“만 6년 동안 저 혼자가 아니라 6~7명의 편찬위원들이 함께 작업을 해 와서 그 결실이 눈앞에 보고 있는 사전이어서 함께 동거동락해 온 동창 신부님들, 그리고 동료 편찬위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박수)”
고전 라틴어 사전들은 그 동안 주로 고대 로마제국 500년 동안의 문화를 담았습니다.
이에 비해 「라-한 사전」은 1,000년 동안의 중세 유럽 삶과 문화까지 포괄하는 실용적 라틴어 사전으로 편찬됐습니다.
때문에 기존 사전의 두 배가 넘는 표제어 8만 개 이상을 품은 중사전에 가까운 종합사전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요 명제 3,000~4,000개와 익숙한 성경 구절들을 용례로 삼아 어휘에 대한 감각과 이해의 폭을 넓혔습니다.
필요한 경우 전후 문맥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만큼 신학도와 인문학도들의 필휴 도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관련해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미사 뒤 ‘「라-한 사전」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조 전 위원장은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신부가 편찬을 하다가 불타버린 사전이 부활한 것”이라며 “두 사제가 가장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PBC 김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