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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월간 꿈 CUM] 안성철 신부의 십자가의 길 묵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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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구세주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님,
괴로운 십자가의 길에서 서로 만나시어 
사무치는 아픔을 겪으셨으니
저희 마음에 사랑을 북돋아 주시어 
주님과 성모님을 사랑하는 데에 
장애 되는 모든 것을 물리치게 하소서.


멜깁슨(Mel Gibson, 1956~)이 감독과 각본, 제작 1인 3역을 통해 2004년 선보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를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킨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저가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과 성모님이 만나는 대목입니다.

죽음의 길을 걷는 아들과 어머니의 만남…. 참으로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아우성치는 군중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먼발치에서 예수님을 바라보았던 성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군중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 눈 앞에서 피흘리는 아들을 보았을 때의 그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아들의 짐을 대신 덜어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참으로 침통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예수님 발 아래 엎드려 울부짖는 것이 쉽지 하느님께 온전히 아들을 내어 드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 아들이 어떤 일로 고통을 받을 때, 보통 어머니 같았으면 당장 그 고통을 제거해 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자신이 대신 그 고통을 겪게 해 달라고 청원할 것입니다. 또 가능하다면 그 고통을 미리 치워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자녀에게는 하느님이 이미 마련하신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것을 미리 치워주고, 대신 겪는다면 그 아이가 영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장해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의 고통, 아이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어쩌면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아이의 날개를 어머니의 잣대로 꺾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고통과 삶에 무관심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이 자녀를 통해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봐 주고 기도해 주는 모습이야말로 정말 자녀를 위한 올바른 어머니의 모성애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이 만나는 이 장면은 두 가지 묵상으로 동시에 우리를 이끕니다. 위대하신 예수님의 성심, 그리고 위대하신 성모님의 성심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장면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쏟지만, 동시에 가장 큰 위로를 받습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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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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