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마귀들이 함께 예수님을 찾아갔습니다. 마귀들이 예수님을 찾아간 이유는 예수님께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을 찾아간 마귀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다음과 같이 따졌습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다 용서해 주시면서 왜 우리들의 잘못은 단 한 번도 용서해 주시지 않는 겁니까?”
사실 마귀들이 이렇게 예수님께 항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은 많은 죄인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용서를 통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손가락질 받았던 세리 마태오, 간음하다가 들킨 여인과 창녀들, 그리고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배신했던 사도 베드로, 심지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했던 사도 바오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께서는 많은 죄인을 용서해 주셨고, 그래서 그 죄인들은 참된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마귀들은 예수님께 늘 찬밥 대우만 받았습니다. 마귀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고, 그래서 용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꾸지람을 듣고 쫓겨나기가 일쑤였습니다. 마귀들은 예수님의 용서와 그 용서를 통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참된 평화를 조금도 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귀들은 화가 나고 서러운 마음에 다 함께 모여서 예수님을 찾아가 항의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마귀들의 항의를 들으시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언제 너희들이 단 한 번이라도 너희의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으로 나에게 용서를 청해 본 적이 있었느냐?”
이 물음 앞에 마귀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떠나갔습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마귀의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귀가 아무리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초인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인간을 억지로 죄에 떨어트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죄악으로 유혹할 수는 있어도 그러한 유혹을 거부하는 사람을 강제로 범죄하도록 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에는 무엇보다도 의지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죄를 범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그러한 행위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새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새가 우리 머리 위에 집을 짓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유혹이 닥쳐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유혹에 빠지느냐 빠지지 않느냐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오늘날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더군다나 잘못을 깨닫지도 못하는 데 있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만 똑똑하다고 생각하기에 세상은 온갖 불신과 독선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만 잘났기에 세상은 분열과 싸움과 죄악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십니다.
“언제 너는 단 한 번이라도 너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쳐 본 적이 있느냐?”
“언제 너는 단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나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청해 본 적이 있느냐?”
우리는 어떠한 마귀의 유혹이 닥쳐오더라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러한 유혹을 단호히 끊어버려야 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글 _ 이창영 신부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