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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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스의 성자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5)

[월간 꿈 CUM] 거룩한 사람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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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네 신부는 큰 고민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쉬는 신자 문제였다. 아르스 마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심이 깊지 않았고, 기본적 교리조차 모르는 쉬는 신자가 허다했다. 마을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축제가 열렸고, 사람들은 그 때마다 퇴폐적인 춤과 술에 빠져 살았다.

비안네 신부는 이같은 풍습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하느님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했다. 그가 얼마나 마을 사람들에게 강도 높게 하느님 사랑을 선포했는지는 다음의 미사 강론에서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신앙이 없습니다. 우리는 장님입니다. 나의 형제들이여. 조금 후 우리 주님(성체)을 들어 올릴 때 여러분은 눈을 열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그분은 은총을 누구에게 선물할지 찾고 계시지만 아무도 그 은혜를 구하는 이가 없습니다.”

새벽 4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 비안네 신부는 10시간 이상 기도와 성체 조배, 미사 봉헌, 고해 성사에 임했다. 또 틈틈이 가정 방문을 했으며 강론 및 교리 강좌 준비도 하였다. 그런 비안네 신부에게 주민들은 감동했고, 몇 년 후 아르스 본당은 그가 부임하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공동체가 되었다. 비안네 신부는 병자를 방문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거리가 멀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꼭 방문했다. 한번은 자신의 몸이 몹시 아픈데도 병자를 찾아갔는데,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병자의 고해를 들어야 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해 성사를 집전한 것이다.

성사에 대한 비안네 신부의 이러한 열정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823년이다. 비안네 신부가 36세 되던 그해,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피정이 열렸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고해성사 사제가 부족했다. 결국 비안네 신부에게도 고해성사를 도와 달라는 요청이 왔다. 한겨울에 9km를 왕복하며 이뤄진 고해성사는 고행성사였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쳤다. 이때 고해자들은 비안네 신부를 통해 죄 사함의 큰 은혜를 느꼈고, 그 고해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유럽 전역에서 비안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청하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신자들은 비안네 신부의 옷자락이라도 만지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서 아르스를 찾았다. 아르스 마을 기록에 따르면 1834년 한 해만 해도 비안네 신부를 보기 위해 아르스를 찾은 순례자가 3만명에 달했다.

비안네 신부는 몰려든 신자들로 인해 고해소에서 나오지 못했다. 한번은 한 신자가 비안네 신부를 쉬게 하기 위해 고해소로 갔지만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정에 찾아가도, 새벽 2시에 다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이 신자는 완력으로 신자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고해소 문을 열고 신부를 모셔 나올 수 있다. 이후 비안네 신부는 선종할 때까지 14년 동안, 고해 성사를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씩 고해소에 머물렀다.

농부의 아들, 비안네 신부는 튼튼한 몸을 타고 났지만 이러한 엄격한 수덕 생활과 충실한 사도직 업무 그리고 끊임없는 순례자들의 방문으로 과로하게 되어 점점 쇠약해졌다.

73세가 되던 1856년 6월, 어느 날 비안네는 고해소에 16시간을 보냈고, 교리를 가르쳤고, 기도를 바쳤다. 사제관에 돌아온 그는 의자에 쓰러지며 말했다.

“저는 더 이상 못합니다.”

2개월 후인 8월 2일, 비안네 신부는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그 날 마지막 성체를 모셨다. 마을은 울음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자들은 비안네 신부의 마지막 길을 시원하게 해 준다며, 사제관 지붕에 계속 찬물을 길어 쏟아 부었다.

그리고 8월 4일 새벽 2시, 41년 5개월 동안 작은 시골 본당의 주임 신부였던 비안네 신부는 하느님께 영혼을 돌려 드리고, 소망하던 영원한 잠에 들었다. 그가 이 땅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하늘로 오르던 날, 아르스 마을 사람 모두가 울었다.
 
▨ 비안네 신부의 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말 무서워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하느님께 버림받는 것, 이것만 생각하면 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주님(성체)을 들어 올릴 때 여러분은 눈을 열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그 분은 은총을 누구에게 선물할지 찾고 계시지만 아무도 그 은혜를 구하는 이가 없습니다.
춘천교구 솔올성당 성 비안네 상

글 _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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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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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역대 14장 10절
아사가 주 자기 하느님께 말씀드렸다. “주님, 강자와 약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을 때 당신처럼 도와줄 이 아무도 없습니다. 주 저희 하느님, 저희가 당신께 의지하여 당신의 이름으로 이 무리를 치러 나왔으니,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주님, 당신께서 저희의 하느님이시니, 아무도 당신을 당해 내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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