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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사랑법 - 육화의 이유

[월간 꿈 CUM] 동행 _ 예수의 일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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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러분에게 돌을 들고 “이것이 돌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그것을 ‘눈으로 보고’ 돌이라는 것을 인식합니다. “저것은 소나무입니다”라고 말하면, 또한 ‘눈으로 보고’ 소나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은 평화입니다” “이것은 사랑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잘 알아듣기 힘듭니다. 하느님의 평화, 하느님의 사랑은 더더욱 깨닫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우리가 보고 듣고 체험하여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하느님이 오신 것입니다. 그렇게 오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요? 왜 육화하셨을까요? 

아기 예수의 탄생(제주 성이시돌 목장 새미은총의 동산 조형물)

그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함께하시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법은 ‘함께 있어 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 가운데 계시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법입니다.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여라….” 여기서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죠.

사랑이란? ‘함께 있어 주는 것’입니다.

보통 남자들은, 특히 저 같은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다음과 같이 사랑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지독하게 가난하게 산다고 가정해 보죠.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합니다. “나 사실은 너무 가난해….”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집에 가 봅니다. 말 그대로 비가 줄줄 새는 판잣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때,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아파트 하나 사줄게.” 이것이 일반적인 남자들의 사랑법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법은 조금 다릅니다. “하느님 저 너무 가난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 집에 와 보십니다. 집에 비가 줄줄 샙니다. 이때 하느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와 함께 이 집에서 살아볼래.” “너와 함께 살면서 네가 얼마나 추웠고, 배고팠고, 얼마나 외로웠는지 한번 느껴볼래.”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법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겪고 있는 가난을 없애버리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회복지제도를 싹 뜯어고쳐서 모든 이가 부유하게 살도록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사회복지가가 아니십니다. 또한 “인간이 그런 식으로 살면 안되지, 내가 도덕 윤리를 가르쳐 줘야지”라며 윤리 도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오신 것도 아닙니다. 또 하느님은 철학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오신 분도 아닙니다. 그런 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이미 있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을 위해 오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참으로 사랑했는데 너희가 나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나의 사랑을 망각했구나. 나는 너희를 참으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단다. 내가 사랑하는 것처럼 너희도 사랑해야해. 그 사랑을 위해 나는 너희와 ‘함께’ 할게.”

3년 공생활 동안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이 무엇입니까? 함께해 주신 것입니다. 아무도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던 간음한 여인과 함께했고, 모두가 피했던 중풍 병자. 나병 환자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왜 육화의 신비를 통해 이 땅에 오셨는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함께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큰 사랑입니다. 함께하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됩니다. 제가 수도원에서 수사님들과 30년을 함께 살다 보니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함께하지 못하면 알지 못합니다. 다음 호에는 함께한다는 것, 그래서 알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묵상해 보겠습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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