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로마한국수녀연합회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가 22일 로마 한인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정 대주교는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참석 중이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의 수녀님들 각자의 존재와 역할은 세계 교회 전체를 위한 봉사와 봉헌”이라며 “수도자의 본질은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삶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느낀 하느님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며 “사도직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을 더 깊이 체험하고 한국에 돌아와 이를 전파하고 증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로마한국수녀연합회장 김혜윤(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수녀는 “20년 전 양성을 받던 한국의 여자 수도자들이 이제는 수도회 총책임자나 양성을 주도하는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교회와 여자 수도회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드러내는 명료한 부르심”이라며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제3의 선교지, 보편 교회의 변방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한국 교회가 복음의 가치를 구현하는 시노드 교회, 깊은 곳으로 그물을 던져 더 귀하고 소중한 복음의 기쁨을 건져내는 성숙한 교회,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복음의 영향력을 증거하는 진정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에 참여한 주교황청 오현주(그라시아) 대사는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 성 베드로 대성전 외곽 김대건 신부 성상 설치, 2027년 세계청년대회 한국 개최 결정 등을 언급하며 “올해는 한국 교회에 있어 의미 있는 해라고 생각한다”며 재로마한국수녀연합회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2003년 설립된 재로마한국수녀연합회는 로마에서 소임 중인 한국 여자 수도자들의 단체로, 현재 수도회 29곳, 수도자 99명이 소속돼 있다. 설립 당시에는 유학생 비중이 높았지만, 달라진 한국 교회의 위상을 반영하듯 현재는 교황청과 수도회 총원, 본당,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핵심 업무를 하는 수도자의 비중이 높다. 특히 국제 수도회 5곳(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마리아의 딸 수도회·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에서는 한국인 수도자가 수도원 총원 총장직을, 국제 수도회인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선교 수녀회에서는 부총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