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봉정1866년, 순교한 두 사제의 뜻 이어150여 년 만에 완성한 라틴어 사전신학도와 인문학도들의 필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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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토마스연구소(소장 이재룡 신부)가 17일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라-한(羅韓) 사전」 배론봉정 미사를 봉헌했다.
배론성지는 배론신학교 교사로 당시 라틴어로 신학생 양성에 힘쓰다 순교한 푸르티에(1830∼1866)·프티니콜라(1828∼1866) 신부가 「한중라 사전」과 「라-한 사전」을 제작하다 붙잡힌 곳이다. 이에 한국성토마스연구소는 푸르티에·프티니콜라 신부를 추모하고, 두 사제가 완성하고자 했던 「라-한 사전」을 신앙의 후손인 우리가 바치는 의미를 담아 미사가 봉헌된 것이다.
한국성토마스연구소장 이재룡 신부를 비롯한 동료 사제와 교수 등 사전 편찬위원들과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두 사제를 기리며 6년여 만에 빛을 본 「라-한 사전」 봉정을 축하했다.
조규만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이재룡 신부님의 작업이 토마스 아퀴나스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번역 사업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라-한 사전」을 편찬한 이재룡 신부와 동료 사제들의 스승인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도 인사말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과 순교자들, 그 후손인 신자들의 기도와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그 은혜가 열매를 맺어 「라-한 사전」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 주교도 “하늘나라에 계신 두 분 신부님께서 후배들이 만든 「라-한 사전」이 배론성지에서 봉정되는 것을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룡 신부는 “만 6년 동안 편찬위원들과 함께 작업해 「라-한 사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동고동락한 신부님들과 동료 편찬위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미사 후 조광(이냐시오)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라-한 사전」의 역사적 의미’ 주제 특별 강연에서 “푸르티에, 프티니콜라 신부가 편찬하다 불타버린 사전이 부활했다”며 사전 편찬의 의미를 더했다.
「라-한 사전」은 신학도와 인문학도들의 필수 도구로도 불릴 만큼 의미를 가진다. 「라-한 사전」은 고대 로마제국 500년간의 문화를 담고 있는 고전 라틴어 사전들과는 달리, 1000년간의 중세 유럽의 삶과 문화까지 포괄하는 실용 라틴어 사전으로, 기존 사전의 두 배가 넘는 표제어 8만 개 이상을 품은 중사전에 가까운 종합사전으로 편찬됐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요 명제 3000~4000개와 익숙한 성경 구절들을 용례로 삼아 어휘에 대한 감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필요한 경우 전후 문맥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