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복 재판의 핵심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것입니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과 영성을 우리 안에서 다시 체화하고 실현하는 것이 현양이자 시복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부위원장 박선용 신부는 교황청 시성부가 12일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 대한 ‘장애 없음’ 답서를 보내온 것과 관련해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은 다 끝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구는 곧장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의 교구 시복 재판 준비에 착수했다.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 추진을 위해 시복시성 절차법에 따라 외부 검증 절차를 거쳤다. 주교회의에 시복 안건 추진의 적절함에 대해 자문(동의)을 구했고, 주교회의는 지난해 추계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어 교황청에 시복 안건 추진에 결격 사유는 없는지 묻는 절차가 이어졌고, 시성부는 시복 안건과 관련한 모든 교황청 부서와 내용을 회람하며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가 12일 도착한 ‘장애 없음’(Nihil obstat) 답서다.
외부 검증 절차를 거치는 도중 시성부로부터 올해 1월 12일 중국 교구의 시복 재판 관할권 이전도 승인받았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에 입국하지 못하고 중국 땅에서 선종했기에 속지법에 따른 관할권이 중국 교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교구는 앞으로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복잡다단한 시복 절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교회 하느님 백성들이 참여하는 현양 운동이다. 시복 재판의 시작과 과정, 끝이 모두 현양 운동과 직결돼 있다. 증거자 시복을 위한 증거의 핵심인 ‘성덕의 명성’(reputation)은 곧 그의 영웅적 덕행에 대해 신자들 사이에 퍼진 의견이며, 이는 현양 운동을 통해 촉진되고 확인되는 우리 후손들의 의지와 결과물이 되기 때문이다.
시복시성 절차법에 따르면, 증거자 시복 추진 대상은 가톨릭 신자 가운데 그리스도교적 덕행을 영웅적으로 실천한 인물로, 살아있을 때는 물론이고 죽음의 순간에 더 크게 빛나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 그 명성을 누리는 이다. 성덕의 명성은 그의 삶의 순수함과 고결함, 영웅적 덕행에 관해 신자들 사이에 퍼진 의견이다. 이 명성은 인위적으로 조작되지 않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며 믿을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널리 퍼지고, 상당히 많은 백성 사이에 알려진 것이어야 한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영웅적 덕행과 명성에 대한 증거 수집이 시복 재판의 핵심이며, 그렇기에 신자들의 기도와 현양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구는 이를 위해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을 위한 장소로 현양 운동이 일어났던 서울 개포동성당과 주교좌 명동대성당, 유해가 안치된 용산성당을 지정하고 신자들이 이곳을 순례하며 브뤼기에르 주교를 현양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선용 신부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양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시복시성은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신앙 성숙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하느님 안에서 신앙 선조들의 영광이 곧 한국 교회와 우리의 영광이라 여기고, 늘 기도로 이 여정에 동행하는 것이 우리들의 첫 자세이자 현양의 본질”이라며 “그분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질문하며 순교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선사되는 은총이자 유익”이라고 말했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단계
‘하느님의 종’ - 시복 추진이 승인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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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 시복 심사 중 영웅적 덕행이나
순교 사실이 인정되는 하느님의 종에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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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 시성 단계 걸쳐 성인으로 선포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