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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이는 ‘금세’ 든다지만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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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공희 대주교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여름이었다. 지나온 삶을 회고하는 인터뷰에서 윤 대주교는 1963년 교황청에서 열린 주교서품식 때 만난 성 바오로 6세 교황과의 일화를 전했다.

“교황님과 인사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유난히 젊어 보였던지 나이가 몇이냐고 물으시더군. ‘서른아홉 살입니다’라고 답했더니 교황님께서 ‘뭐, 나이는 금세 드는 것이니까’라고 하셨어요.”

지난 20일 13년 만에 윤 대주교를 다시 만났다. 윤 대주교는 한 달 뒤 100세 생일을 맞이하는 고령이 무색할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교구청 사제단과 함께 입장해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미사를 주례했다. 강론은 짧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유머와 함박웃음에도 인색하지 않은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미사 중 열린 축하식에서는 “귀가 어두워져 (김희중 대주교 축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좋은 말씀하시려니 하고 앉아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나이는 금세 드는 것’이라 어느새 찾아온 세월의 무게를 어찌할 수 없겠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고 한결같은 목자로서 자상한 미소로 함께하는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한 세기의 삶, 그중 73년을 사제로, 그중 60년을 주교로 지내온 한국교회 최고 어르신이 축하식 답사로 전한, 축하식 사회자의 표현대로라면 ‘내공’ 있는 말씀을 되새긴다. 윤 대주교를 다시 뵙고 당신이 걸어온 한국교회의 파노라마와 같은 역사를 듣고 새길 시간이 주어지길 희망한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하느님 뜻대로 힘을 다해 이웃을 사랑하며,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이승환 스테파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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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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