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악하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벌어진 대규모 무력 충돌은 전쟁이 가진 악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고한 약자들이 겪는 안타까운 희생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은 오래된 갈등이 더욱 암울해질 수 있는 내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모험’은 새롭고 더욱 복잡한 분쟁을 불러일으키게 됐으며, 인류의 현재와 미래가 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497항)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우리는 ‘힘에 의한 평화’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기준 23조 원이 넘는 국방비를 사용했으며,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화력을 구축하고 있다. 국방비 액수로 따지면 한국보다 작으나, GDP대비 국방비 지출의 비율은 한국의 2배 이상이다.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첨단 무기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예비군의 숫자가 모자라서도 아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더 간절히 노력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11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모든 신자에게 오직 한 편, 즉 평화의 편에 설 것을 촉구했다. “세계는 이미 수많은 전쟁의 전선을 목격하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무기를 내려놓고 가난한 사람들과 민중, 무고한 어린이들의 평화에 대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간청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의정부교구 참회와속죄의성당, 그리고 일본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을 개최한다. 지난해 미국 주교회의와 공동 주관했던 행사에 이어 특히 올해에는 한국, 미국, 일본의 주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을 성찰할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북핵 문제와 심각한 군비경쟁은 동북아에서 또 다른 전쟁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미일, 북중러의 대립 가운데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미일 정부’를 지켜보면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를 설립한 이기헌(베드로) 주교는 ‘한미일 교회’가 평화를 위해 더 긴밀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10월 26일에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진행하는 국제학술대회에는 신자, 비신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평화가 더 간절한 시기에 ‘평화의 편’에 서는 교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